총학생회, 내일 처장단 면담서 총회 결과 전달키로

학교 측 “반대 의견 표명 어려운 상황…다른 구성원 목소리도 수렴”

표결하는 동덕여대 학생들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며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총장 직선제’와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한 학생들의 점거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동덕여대에서 20일 학생들이 총회를 열어 남녀공학 전환 반대 의견을 학교 측에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 운동장에서 학생회칙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학생총회를 소집했다.

총회는 정족수 650여명을 넘긴 재학생 1천941명이 참석하면서 개회했다. 재학생(6천564명)의 약 30%가 이 자리에 나왔다. 총회는 휴학생 등을 제외하고 10분의 1 이상이 참석해야 열 수 있다.

총회는 안건별로 찬성, 반대, 기권 순으로 재학생들이 비표를 들어 거수투표를 하면 총학생회 측에서 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의결 진행에 앞서 “본 회의에서 결정되는 종합안을 가지고 내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처장단 면담에 참여해 학생이 원하는 바를 전달하고, 오늘 결정된 바를 이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동덕여대 공학 전환’ 안건을 표결했다. 총투표수 1973표 중 공학 전환 찬성 0표, 반대 1971표, 기권 2표로, 거의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동덕여대 총장직선제’ 안건은 총투표수 1933표 중 찬성 1932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총회가 마무리되자 학생들은 박수를 쏟아내며 환호했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오늘 학생총회에서 의결된 안건들을 대학 본부에서 절대 좌시하면 안 될 것”이라며 “동덕여대를 지키기 위한 학생들의 시위를 그저 폭동이라 부르는 이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도 ‘민주 동덕’이 꽃필 수 있도록 학우분들의 요구 실현을 위해,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를 위해 노력하는 총학생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처장단 면담 이후 시위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겐 “대학 본부가 똑같은 입장을 계속 내비치고 ‘알겠다’ 정도로는 안 된다”며 “(공학 전환을) ‘안 하겠다’ 한 마디면 된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재학생 6500명 중 거의 2000명이 모였다는 것은 절반에 가까운 숫자”라며 “대학 본부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려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개 투표 방식으로 의결이 이뤄진 데 대해서는 “우리 대학에서는 매년 학생총회를 할 때 비표를 주는 방식으로 공개 투표를 진행해 왔고 회칙상에도 그런 부분이 나와 있다”며 “대학 본부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녀 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동의하지 않는 학우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있는지’ 물음에는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두루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이날 총회와 관련해 “총학생회를 통해 결과를 받게 되면 학생들 의견을 충분히 참조하겠다”면서도 “현재 학생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운 상황도 감안해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모두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동덕여대 홈페이지에는 학장단의 호소문과 교수 240명이 이름을 올린 호소문이 잇따라 올라왔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수업 거부 강요를 즉시 철회할 것, 더 이상의 학교 시설 점거와 훼손 행위를 중단할 것, 학내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 등을 호소했다.

총동문회 역시 동문회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지금의 문제를 서로 대화와 상대방 의사에 대한 경청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라며 하루속히 정상화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