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 인터뷰
“체벌과 훈육 차이 이해 못하는 보호자 많아”
“오인 신고 괜찮아…피해 아동 나오지 않기를”
“아동학대 조사 과정서 수없이 갈등 상황 직면”
[헤럴드경제=김도윤·이용경 기자] 한국 사회에서 아동학대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법률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체벌과 훈육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부모가 많은 탓이다. 헤럴드경제는 20일 ‘세계 어린이의 날(Universal Children‘s Day)’을 맞아 피해 아동 보호 최전선에 있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을 만났다.
“오인 신고라도 괜찮아…단 한 명의 피해 아동도 나오지 않기를”
헤럴드경제가 19일 만난 도봉구청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학대 신고 접수부터 현장 조사, 피해 아동 보호, 학대 행위자 상담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은 ‘처벌’보다는 ‘가정의 기능 회복’을 목표로 삼고 학대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학대 행위자인 부모와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필요할 경우에는 가족 상담이나 치료센터를 연계하며 복지적 관점에서 가정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상구 도봉구 아동청소년과 팀장은 “우리의 역할은 처벌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불화의 원인을 찾고, 사회복지 차원에서 정상적인 가정의 역할이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며 “설령 누군가가 ‘학대 피해 상황’에 대해 오인 신고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1000명 중에 단 한 명이라도 학대로 인해 피해를 보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가정 방문과 현장 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 상황에 직면한다고 한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전담 공무원들도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한다.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아이를 즉각 분리할 지, 대화와 상담으로 해결할 지를 판단하는 과정은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 학대를 한 부모와의 갈등, 긴급 분리가 필요할 때 아동의 정서적 충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분리를 결정하는 순간마다 인간적인 감정과 직업적인 책임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며 “아이를 시설로 보내는 것이 정말 최선인지, 이 판단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 끝없이 질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7살, 8살의 내가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시설로 보내졌다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생각해본다”며 “아이를 보호하는 결정이지만, 아이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팀장은 특히 “보호자를 만나 ‘아이 앞에서 지나친 욕설과 부부싸움을 하는 것 역시 정서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하면 ‘왜 남의 집에 참견하고 나서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겪는 아이의 부모는 ‘그러면 너가 데려가서 키워라’라고 화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정 팀장은 “체벌은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아이들이 ‘우리 엄마 아빠가 그만 싸웠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할 때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실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벌은 절대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며 “우리 사회에 있는 모든 부모들이 아이에 대한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체벌과 훈육 차이 이해 못하는 보호자 많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44명에 달했다. 2021년부터 3년 간 사망한 아동은 총 134명으로 집계됐다. 학대행위자는 ‘부모’가 2만2106건(85.9%)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2022년(82.7%)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학대 장소도 ‘가정’에서 이뤄진 경우가 2만1336건(82.9%)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21년 양천구 입양아(16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발의된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과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제915조의 삭제는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체벌을 막는 큰 전환점이 됐다. 하지만 일부 가정에서는 여전히 체벌과 훈육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자체에서 아동학대 피해를 조사하는 전담 공무원들은 학대 피해 현장을 조사하면서 매번 이 같은 문제적 사례를 마주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내 자식 내가 때리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말을 하는 보호자(학대 아동 부모)들과 마주할 때마다 아동복지법의 존재를 설명하는데, ‘체벌이 훈육의 방식이 돼선 안 된다’는 부분을 설명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