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일주일째 생보업계 300건 가량 계약 체결
종신보험 취급 강점 살려 초기 시장 선점 경쟁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성년 자녀를 둔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50대 A씨는 최근 본인의 사망보험금 20억원을 자녀에게 어떻게 분배할지 결정했다. A씨는 자녀가 35세가 될 때까지는 이자만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자녀가 35세와 40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을 절반씩 주기로 했다.
900조원 규모에 달하는 보험청구권 신탁 시장이 열리면서 생명보험업계에 활로가 열렸다. 종신보험을 취급해 다른 업권보다 유리한 생보사들은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자산 관리까지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8일 기준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약 300여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2일 시행된 후 일주일만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생명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금융사가 보관해 관리·운용 후 사전에 계약자가 정한 방식대로 수익자에게 지급되는 제도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이 이달 시행되면서 보험사가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대형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시행 첫 날부터 자사 종신보험 고객 대상으로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현재 국내 보험사 중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취득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흥국생명·미래에셋생명 등 5개사다. 중소형 생보사도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선 제도 도입을 신시장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불러온 생보사 업황 악화에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2조7935억원에 달한다. 향후 사후 자산관리 수단으로서 신탁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사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다른 재산신탁과 달리 장기상품인 보험의 특성상 회사의 안정성과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 역량이 중요한 시장이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은 지난 12일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 출시와 함께 첫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7년 종합신탁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업계 처음으로 유언대용신탁과 장애인식탁, 증여신탁 등에 진출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업권 내에서 삼성생명의 안정성은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며,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WM팀은 고객에게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신탁전문가, 변화사, 세무사 등 40명이 넘은 전문가들이 협업에 고객들에게 최적의 상담과 계약과정을 돕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로서 업의 특성인 생애설계 및 자산의 이전(상속·증여)에 대해 오랜기간 쌓여 있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종합재산신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종합재산신탁을 고령화시대 미래 유망 신사업으로 지정하고 전사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하에 관련 사업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보험업계 최초 신탁업 겸영인가 회사인 만큼 신탁업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에 따라 업계에 신성장 동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며 “잠재적 시장 규모가 매우크고, 종신보험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 시장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보험금을 고객 의도에 따라 관리하고 분배할 수 있어서 고객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