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CEO로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 맡은 거액후원 억만장자
트럼프의 ‘관세·제조업 강화’ 공약 적극 옹호…對중국 강경파
9·11 때 테러로 직원 70% 잃고도 회사 재건한 ‘9·11 극복의 상징’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출범하는 2기 행정부 상무장관으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를 19일(현지시간)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면서 “그는 추가적으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맡으면서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끈다”며 “하워드는 트럼프-밴스 (정·부통령 당선인) 정권 인수팀의 공동 위원장으로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행정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정교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63세로 뉴욕의 유대인 가정 출신인 러트닉은 대학 학부 졸업 직후인 1983년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해 29살 때인 1990년대 초반 회장 겸 CEO에 오르며 ‘셀러리맨 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억만장자 금융 자산가로, 트럼프 당선인의 거액 선거자금 후원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강화 및 제조업 기반 강화 공약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대선 선거운동 막바지인 지난달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유세에서 미국은 소득세가 없고 관세만 있었던 20세기 초에 가장 번영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대(對)중국 강경파로도 알려져 있는 러트닉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대(對)중국 고율 관세의 전략 수립 및 집행에 앞으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알카에다에 의한 9·11 동시다발 테러 때 그가 이끌던 캔터 피츠제럴드가 테러 공격으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에 입주해 있었기에 그는 뉴욕 근무 직원 960명 가운데 친동생을 포함해 658명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느라 화를 면했던 그는 회사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회사를 재건시킴으로써 미국 사회에 9·11 극복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캔터 피츠제럴드 펀드’를 설립해 9·11 희생자 유족과 자연재해 희생자 유족을 돕는 자선사업도 벌였다.
러트닉은 당초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인수팀 내부의 치열한 이견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 후보군을 넓혀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뒤 결국 상무장관으로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