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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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주제와 장르가 신선했고, 이런 작품이 기존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 가족간 의심으로 어디까지 망가질지를 보는 건 굉장히 신선했다.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15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의 여주인공 채원빈(23)의 종영 소감이다.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 하빈(채원빈)의 비밀과 마주하고, 하빈을 살인사건 피의자로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끝까지 추적한 부녀 스릴러다. 최종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인 9.6%로 끝났다. ‘이친자’를 연출한 송연화 PD의 작가주의적 뚝심이 부녀간의 팽팽한 심리전을 끝까지 끌고갈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채원빈은 ‘이친자’에서 아버지 장태수와 심리전을 벌이며 복잡한 내면을 지닌 하빈 역을 맡아 몰입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시리즈물에서 이렇게 비중이 큰 역할을 맡기도 처음이다.

그는 “좋은 주제였지만 흐름이 무거웠는데, 많은 분들이 따라와줘 감사하다. 특히 마지막 화를 궁금해줘 고맙다. ‘용두용미’라는 말이 가장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채원빈은 “저의 부모님도 범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했지만, 가족에게도 얘기 안했다. 감독님과 미팅할 때도 내가 최영민(김정진)을 죽였는지 물어봤지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범인인 김성희(최유화)가 어떤 욕망인지 드라마에서 안보여서 좋았다. 그 사람을 이해할 여지를 주면 안된다고 감독이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채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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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빈은 하빈에 대해 “남다른 인물이다. 사이코패스일까? 소시오패스일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감독님이 여기에 집중하지 말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남다른 친구인 것은 사실이다. 아빠가 프로파일러여서 그냥 타이르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아는 게 많아 자식 키우는 방식도 달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빈이 친구 수현에게 집착하는 것도 하빈의 경험이 보통 가정과 달라 모든 애착이 수현에게 갔다. 하빈은 밖에서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고 하빈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채원빈은 “평범하지 않은 고교생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고 하자, “저는 실제로는 엄마 아빠랑 친구처럼 지낸다. 첫방을 보고 아빠에게 전화가 왔는데 ‘드라마 보다가 끌 뻔했다. 최악의 딸이다’고 말씀하시더라”면서 “실제의 나는 평범했다. 재밌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이번 연기가 힘들었다. 이해하기 힘든 것 투성이였다. 못하겠다고 할때마다 감독님이 저를 일으켜세워주셨다”고 전했다.

필자는 3회 정도 보다 계속 볼지를 망설였다고 말했다. 사이다 없이 고구마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채원빈은 “배우로서도 대본을 볼 때 답답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시선들을 생각하고 흔들렸다면 용두용미가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감독님은 본질에만 집중하셨다. ‘송테일’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고 답했다.

채원빈은 “감독님은 모든 인물들을 생각해야 한다. 총 10부중 7부까지 찍었는데도,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붙들고 있더라. 나도 힘들 수 있는데, 감독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채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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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기한 배우 한석규가 어렵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저는 긴장도 하고 스스로를 갉아먹는 스타일인데, 한석규 선배님이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두려워지는 순간이 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냥 즐기라는 말씀이겠죠. 실제로 한석규 선배님이 현장에서 그럴 수 있게 도와주셨다. 한 선배님은 사람으로 궁금증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오셨다.”

체원빈은 ‘이친자’에 대한 기억나는 반응으로는 “하빈만 보면 눈물이 난다는 댓글”이라고 했다. “하빈은 가정의 문제점이 크다. 어린 아이한테 의심이 간다는 이유 하나로 몰아붙이고, 심문하듯 하는 것은 충분히 가정의 균열이 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 큰 애한테도 그럴텐데, 어린 하빈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2019년 단편 영화 ‘매니지’로 데뷔한 채원빈은 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 ‘인어왕자 : 더 비기닝’ ‘스위트 홈 2·3’, 영화 ‘마녀 2’ ‘셔틀, 최강의 셔틀’ 등으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착실하게 필모그라피를 쌓고 있다. 한림연예예술고 패션모델과를 거쳐 성신여대 인문융합문화예술대학 미디어영상연기학과에 재학중이다. 채원빈은 차기작인 KBS 음악드라마 ‘수상한 그녀’에는 하빈과는 정반대의 밝은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