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화장품 등 피부건강관리 ‘이너뷰티’ 제품 확대
‘프로바이오틱스’ 스킨케어 제품 2년 새 60% 늘어
1~10월 올리브영 이너뷰티 제품 매출 신장률 35%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피부 보습을 위해 콜라겐 펩타이드를 먹어요. 얼굴이 하얘지라고 글루타치온도 먹죠.” (배우 한가인)
지난 13일 배우 한가인이 운영하는 채널 ‘자유부인 한가인’에 올라온 이너뷰티 관련 영상은 일주일 만에 조회수가 64만회를 돌파했다. 광고 없이 본인이 직접 먹어온 수십 가지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한 영상은 미백과 보습 등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피부건강’을 관리하려는 이너뷰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너뷰티는 내부에서 아름다움을 가꾼다(inner beauty)는 의미다. 영양제 등 식품은 물론 일상의 식습관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에 뷰티업계도 바르는 화장품을 넘어 ‘먹는 화장품’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 브랜드 시세이도는 7월부터 신제품 식용 얼티뮨 프로바이오틱스 파우더를 홍콩 등에서 판매 중이다. 피부 장벽을 안에서부터 회복하는 ‘먹는 세럼’ 콘셉트로 기존 주력 화장품 라인 얼티뮨(Ultimune) 제품 라인의 상품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회사가 아닌 화장품 제조·판매기업이 이런 신제품을 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시세이도도 집중한 이너뷰티 관련 대표 성분 중 하나는 장 건강과 연결된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을 넣은 제품은 눈에 띄게 늘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온라인 시장 기준)에서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출시된 스킨케어 제품 중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이 포함되었다고 기재된 수(SKU)는 2년 사이 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기식 제품 중 ‘피부 건강’ 효능을 기재한 제품 수(SKU) 역시 108% 증가하며 이너뷰티 트렌드를 증명했다.
후양 유로모니터 헬스&뷰티 아시아 인사이트 매니저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장내 밸런스 유지 기능이 장 건강뿐만 아니라 피부 건강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뷰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소비자 사이에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소비자들이 피부와 신체 건강을 연결 지어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건강식품 중 이너뷰티 상품군 매출 신장률은 올해 1~10월 기준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주요 인기 상품군은 체중 감량을 위한 슬리밍, 피부 탄력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콜라겐 제품이다. 수분 충전 등 구체적인 피부 고민에 따른 성분을 내세우며 각종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역으로 화장품을 선보이는 사례도 있다. 올해 2월 프로바이오틱스 ‘락토핏’으로 유명한 종근당제약은 ‘유익균 전문’이라는 정체성을 살려 더마 스킨케어 라인 ‘락토덤’을 리뉴얼 출시했다.
업계는 소비자들이 기대수명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사는 것에 초점을 둔 건강수명(Healthspan Plan)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이너뷰티 시장의 확대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성분의 힘을 내세워 식품이 화장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사례는 충분히 나왔다”면서 “앞으로는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이너뷰티 개념이 확장되면서 머리부터 발끝, 육체와 정신을 모두 관리하는 ‘홀리스틱 뷰티(holistic beauty)까지 트렌드가 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민경 아모레퍼시픽R&I센터 메이크업연구소장은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앞으로 피부를 넘어 기분까지 관리해 주는 뉴로(neuro) 코스메틱 제품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