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파리협정·글로벌 부유세 등에 반대”

FT “회원국 중 ‘반기후대응 전선’ 형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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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6월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8~19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가운데, 일부 회원국들이 기후 위기 등 핵심 의제에 반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기후 변화 대응에 반대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회원국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소식통을 인용,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약인 ‘유엔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합의한 글로벌 부유세 부과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글로벌 부유세는 고액 자산가가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세금을 적게 내는 데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과세 정책이다.

‘정의로운 세계와 지속 가능한 지구 구축’이 공식 주제인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사회적 포용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논의를 비롯해 ‘기아와 빈곤 퇴치 글로벌 동맹’ 결성을 위한 별도 세션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 작업을 총괄하는 셰르파 회의 브라질 대표인 마우리시우 리리우 차관(외교부)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전례 없는 기후 위기 속에서 에너지 전환 문제 역시 이번 G20 회의 핵심 주제 중 하나”라며 “탄소 배출에 책임 있는 G20 국가들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세계 경제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 등 일부 국가가 이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국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반기후대응 전선’을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극우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기후 위기는 사회주의적 거짓말”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처럼 ‘파리협정 탈퇴’ 의사를 밝혀 왔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3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참석 도중 돌연 철수했다. 14일부터 열린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선 디지털 환경을 포함해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회원국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중도 철수로 불안이 더 커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아르헨티나의 행보에 대해 “우리는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모든 국가가 의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을 요청한다”며 “G20 회원국들이 분열되면 국제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한 유럽 고위 외교관은 “우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집권 시기에 함께 해 온 핵심 의제들에 대한 주도권을 잃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항상 우리와 상의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방향을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