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대기업을 퇴사하고 게임 음원 스타트업을 창업한 30대 A씨는 최근 법인을 청산했다. 게임사에 음원을 공급하는 수익구조로 초반에는 잘 나갔지만, 게임사들이 돈줄을 죄며 급격히 어려워진 것이다. A씨는 4명의 직원도 해산하고 창업할 때 받은 4억원의 대출만 남은 채 ‘망했다’고 했다.

스타트업계 분위기가 처참해지고 있다. 대기업의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스타트업 이직 및 창업 행렬이 이어지던 연초와는 상황이 정반대인 모습이다. 경기침체로 투자 시장이 위축하고 자금 유치가 어려워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오픈서베이와 함께 공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코로나 장기화, 미국·중국·러시아의 적대 상황에 따른 경제 불안전에 따라 폐업 또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9월 5일에 걸쳐 진행됐으며 창업자 200명, 대기업 재직자 250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취업준비생 200명이 각각 참여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오픈서베이와 함께 공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 일부 발췌

먼저 창업자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를 100점 만점에 53.7점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79점 대비 ‘대폭’ 줄어든 점수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50%가 투자 위축·감소, 자금 시장 경색, 그리고 투자유치 어려움을 들었다. 창업자들은 “투자 분위기가 매우 저조하며 정부도 벤처 투자에 소극적”이라며 “과거에 비해 스타트업 지원사업 수도 줄어들고 경제 및 국제정세 등으로 전반적인 시장 자체가 침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 중 일부

또 창업자들 사이에서 향후 스타트업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인식은 4분의 1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스타트업 생태계전반 분위기 변화 예상에 대해 지난해는 79.9%가 “향후 1년은 스타트업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올해는 22.5%만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투자 시장’의 위축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10명 중 8명은 전년 대비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평가했으며 또 절반 이상이 작년 대비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주로 경기침체, 투자시장 위축, 금리인상,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작년 대비 투자 유치가 어려워 졌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스타트업 업계에선 투자 시장이 경색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대표들이 늘고 있다. 연초에는 국내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의 평균 수준인 8474만원 연봉(평균 월급 700만원)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대기업 직원들이 줄을 이었다. 안정적이지만 위계질서가 뚜렷한 대기업보다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활력을 택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완전히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조사에 따르면 실제 벤처투자 혹한기 이슈는 대기업 재직자의 54.8%의 스타트업 이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재직자는 40%, 취업 준비생의 60.7%도 벤처투자 혹한기에 의해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당분간 이같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대형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작년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엑시트(출구전략) 사례가 모두 많았다”며 “자금 시장이 경색된 현재는 투자 규모를 줄여가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이 향후 2~3년은 지속될거란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명확한 수익구조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며 “투자사들도 당장 ‘캐시카우’가 좋은 회사에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