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취재X파일] 3조원짜리 한전 부지 만원에도 입찰 가능? 최저입찰가 비공개의 이면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부지의 인수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쟁탈전이 될 전망입니다.

한전 본사 부지의 정확한 주소는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67번지(영동대로 512번지)이고 면적은 토지 7만9341㎡, 건물 9만7260㎡, 감정가는 3조3346억2200만원(장부금액 2조571억원)에 달합니다.

입찰 일정은 지난 8월30일 오전 10시 시작돼 오는 9월17일 오후 4시에 끝납니다. 개찰일은 다음날인 9월18일 오전 10시입니다.

이때쯤 이 거대한 부동산의 새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겠군요.

서울 서초구 일대에 본사를 이전해 삼성타운을 조성한 삼성그룹 측과 양재동 현대차 사옥의 대체 부지를 물색 중인 현대차, 이 둘 중 하나가 주인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큽니다.

입찰은 한국자산공사의 원스톱 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www.onbid.co.kr)에서 진행됩니다. 자, 그러면 자세한 입찰 공고내역을 살펴볼까요?

온비드의 종전부동산 부문으로 들어가보면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대한 입찰공고 내역이 자세히 올라와 있습니다.

일단 이 입찰은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자가 있을 경우에만 유효한 입찰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발견됩니다. 최저입찰가가 비공개 상태라는 점입니다.

이게 이상해 보이는 이유는 온비드의 다른 대부분 입찰에서 최저입찰가가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대구 달서구청이 매각하는 성서요양병원 근처 나대지 토지 69㎡의 최저입찰가는 5217만3600원, 서울 광진소방서 저속 전기자동차의 공매 최저입찰가는 100만원, 광주 서구 쌍촌동 명지 아파트의 공매 최저입찰가는 1억6500만원 등의 방식으로 최저입찰가가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의 공매 최저입찰가만 비공개 상태입니다.

최저입찰가가 명시돼 있지 않다보니 통상 공매 입찰에서는 최저입찰가 이상의 금액을 입찰하지 않으면 입찰 자체가 불가능한 반면,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의 경우 얼마를 쓰던 입찰이 가능한 구조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전 본사 부지의 감정가는 3조원을 웃도는데 이에 대한 입찰을 위해 1만원만 쓰더라도 입찰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아이고, 의미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입찰 과정의 허점(?)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입찰의 경우, 2인 이상의 유효입찰자가 입찰해야 입찰이 성립하는데 이론상 1만원으로 입찰한 사람도 유효입찰자가 될 수 있어 1만원 입찰자가 있으면 삼성과 현대차 중 하나만 입찰하더라도 입찰이 성립되어 버리는 겁니다.

지금 현재 입찰 마감을 앞두고 삼성과 현대차의 눈치보기가 극에 달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최고가 입찰자가 최종 낙찰자가 되므로 양측 모두 조금이라도 출혈 규모를 줄이면서 최종 낙찰자가 되기 위해 상대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겁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입찰 의사를 포기할 경우, 1만원에 입찰한 사람 덕에 입찰 의지가 있는 한 쪽이 입찰하면 입찰이 유효하게 되고, 입찰자는 입찰가를 감정가 기준으로 최소화할 수도 있습니다. 사전에 양측 중 한 쪽이 입찰하지 않는다는 정보만 알면 입찰하는 쪽은 수억원에서 수백억원, 혹은 수천억원을 아낄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

아직 입찰은 마감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입찰 마감까지 남은 며칠 동안 1만원 입찰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입찰 의지가 강한 측은 내심 상대방 입찰자가 포기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1만원이 수억원에서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가치를 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낙찰자는 만원의 행복이란 말을 실감하겠군요. 또한 양측이 모두 입찰할지라도 1만원 입찰자는 한전 본사 부지의 유효입찰자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되겠네요.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