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전남 순천에서 길을 가던 여고생을 아무 이유없이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직후 웃은 것이 '만족감'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또 박대성이 '술을 마셔 (범행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것은 형량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 분석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대성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 많은데다, 기존에도 무차별 살인이 있었지만 이번 건은 살인 사건의 전형에서도 좀 벗어난 부분이 있다"라며 "해석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며 좀 더 분석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되겠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도 살인 사건',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등 기존의 묻지마 살인 사건이 범인의 정신병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으며, 조현병 환자가 아니어도 범행 후에는 은둔하거나 도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반대로 박대성은) 도주를 하는 행위를 보면 목격자가 나타난 완전 반대 방향으로 굉장히 합리적으로 도주를 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술집을 찾아가서 재차 문제를 일으킨다"라며 다른 묻지마 살인 사건과 다른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박대성이 목 정면 부분에 커다랗게 문신을 한 것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문신을 목 정면에다 하지는 않는다"라며 "사람에게 공포를 유발하려는 의도로밖에는 읽혀지지 않는 그런 문신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대성이 이전에도 폭력 전과가 많이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전에도 폭력적인 캐릭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대성이 범행 후 웃음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반사회적인 판타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내가 목표를 달성했다, 이런 만족감을 느끼는 듯한 웃음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대성이)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어떤 종류의 SNS, 인터넷 정보에 노출이 됐었는지를 꼭 확인을 해야 될 것 같다"라며 "최근 인터넷에서 경쟁하듯이 살인 예고, 묻지마 테러 예고 글들이 막 올라오고 있는데, 그런 잘못된 정보에 의해 경쟁 심리처럼 폭력적인 사람이 장기간 노출이 돼서 '꼭 내가 남들한테 보여줄 만한 기록적인 행위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범행한 것라면 웃음의 의미 해석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반사회적 판타지를 달성했기 때문에 (박대성이) 신발도 버리고 칼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도주 후 술집으로 걸어갔다"며 "맨발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 이 사람의 캐릭터가 제지라는 건 전혀 느끼지 못하는 해방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박대성이 경찰에게 한 얘기가 더 끔찍하다"며 박대성이 '아마 내가 범인인 건 틀림없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술을 마셔서 하나도 기억 안 난다'고 경찰에 진술한 부분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 얘기를 하는 건 그 전에도 술을 먹고 면책(심신미약)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 것 아닌가, 또 (박대성이) '나는 절대 사형 같은 건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이런 범행은 엄벌이 필요한데 현재 양형 기준은 '두 사람 이상 사망에 이르게 하는 고의적 살인'이 아니면 사형 선고, 무기징역이 나오지 않는다"며 "이런 류(묻지마 살인)의 범행은 형량 협상이 안 되도록 제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교수는 박대성이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지만 △ 마신 소주병 숫자(4병)를 정확하게 말한 점 △ 범행 반대 방향으로 굉장히 합리적으로 도주한 점 △ 범행 후 일정 기간 여유롭게 움직인 점 등을 볼 때 '심신 미약' 상태는 절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