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안세영(22·삼성생명)이 선수들이 운동 만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누릴 수 있도록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풀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배드민턴계에서는 안세영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비인기 종목 특성상 실업팀 선수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안세영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보상은) 선수들에게 차별이 아니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앞서 안세영은 지난 5일 금메달을 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부상이 심각했는데 대표팀에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했다"며 "더 이상 대표팀과 함께 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파장을 불러왔다. 이후 안세영은 자신의 구체적인 입장을 올림픽 이후에 밝히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안세영이 이번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은 현재 국가대표 선수의 개인 후원 및 실업 선수의 연봉·계약금 관련 규정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시 홍보에 적극 협조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개인 후원계약에 대해선 "그 위치는 우측 카라(넥)로 지정하며 수량은 1개로 지정한다"며 "단 배드민턴 용품사 및 본 협회 후원사와 동종업종에 대한 개인 후원 계약은 제한된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개인 후원 계약기간에 올림픽 및 아시아경기대회 등 대한체육회에서 주관해 파견하는 종합경기대회에 참가할 경우 대한체육회의 홍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개인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고, 반대로 협회나 대한체육회 차원의 후원사에 종속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안세영은 선수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과거 안세영은 대표팀 후원사 신발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후원사에서 미끄럼 방지 양말을 맞춤형으로 제작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안세영은 배드민턴 실업 선수들이 적용받는 ‘계약금·연봉 상한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안세영은 2021년 1월 광주체고를 졸업하고 삼성생명에 입단해 올해 시니어 선수 4년차다.
입단 이후 안세영은 국내외 무대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지만 최소 첫 3년 동안에는 그에 비례하는 계약금과 연봉을 받진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선수계약 관리 규정’이 신인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연봉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입상 포상금 등 각종 수당은 연봉과 별개로 수령할 수 있지만 광고 수익은 계약금·연봉에 포함된다.
해당 규정은 “(신인선수 중)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계약기간은 7년으로 한다. 계약금은 7년간 최고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입단 첫해 연봉은 최고 5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연봉은 연간 7% 이상을 인상할 수 없으며 3년 경과 후에는 구단과 선수 간의 협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중3이었던 2017년 12월 태극마크를 달며 '천재소녀'로 주목받았던 안세영이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배드민턴계에서는 안세영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비인기 종목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배드민턴협회는 공식 후원사로부터 받은 현금과 용품으로 안세영뿐 아니라 전체 대표팀 선수들과 주니어 선수들을 지원하는데, 만약 후원 계약을 선수 개개인의 차원으로 돌린다면 비인기 선수들과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업연맹 규정도 마찬가지다. 연봉과 계약금이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비례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전체 파이를 어느 정도 유지함으로써 총 300여명의 실업 선수가 운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첫 3년 연봉의 한도를 정해주지 않으면 거품이 너무 많이 껴서 실업팀들이 선수단 유지를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