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입성 이틀째 현지 훈련중 발목 부상
지난 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서도 부상 치료 관련 논란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정호원·차민주 수습기자]2024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출전 직전 발목 부상을 당했으나 전력노출을 우려한 코치진은 이 사실을 밖에 알리지 못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안세영의 가족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가 한의사를 한국에서 파리 현지로 보내 선수를 치료했고 비로소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7일 헤럴드경제가 안세영의 가족과 지인 등을 취재한 결과 안세영은 프랑스 파리에 입성(지난달 12일)하고 이틀 뒤 파리 인근 퐁텐블로의 한국 선수단 사전 캠프(팀 코리아 파리 플랫폼)에서 훈련을 하던 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부모는 이 사실을 몰랐다. 자신이 다쳤단 소식은 배드민턴 선수로 활동하는 남동생 안윤성(삼성생명)에게만 알렸다. 동생에겐 다친 발목 부위를 사진 찍어 보냈는데 발목이 심하게 부어있는 상태였다. 파리에 마련된 선수 메디컬 센터에서 하루 세 번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었다.
그러자 안윤성은 누나 안세영에게 “아직 대회까지 시간이 있으니 귀국해서 치료를 받든지 파리에서 의사를 부르든 조치를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지도자 선생님들이 (일단) 조용히 있어라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고 동생에게 말했다. 안윤성은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지 않느냐 빨리 요청해라”고 누나를 재촉했다. 안세영은 결국 지난달 17일 한국에 있는 협회 관계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소속팀 삼성생명도 이 과정에서 부상을 인지했다.
안세영은 평소 진료를 받던 서울 송파구의 한 한의원 원장에게 진료를 받겠단 의사를 피력했다. 협회는 한의사를 파리 현지에 파견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한의사와 접촉해 출국 일정을 논의했다. 7월 22일에 출국해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전 예정일까지 파리에 체류하며 안세영을 치료하는 일정을 짰다.
안세영의 부모님은 딸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달 26일에 파리에 도착했다.
아버지 안정현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한의사가 머무르는 호텔이 우연히 우리 숙소와 같았다. 한국분이라 우연히 인사를 나누다가 딸 치료차 와 있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사가 말하길 처음 (파리에) 와서 치료할 땐 부상 정도가 10이었다면 치료하며 7로 내려가고, 경기 들어가기 전엔 3까지 내려왔다고 하더라”며 “전력 노출을 피하려고 (코치진이) 부상 사실을 알리지 말고 조용하라고 한 것까진 이해한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도 못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한의사가 급파되고서야 상태가 호전됐고 그는 여자 단식 준결승이 열린 지난 4일(현지시간) 밤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왔다.
협회 측은 안세영의 부상을 즉각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현장에서 알려지지 않고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누군가 사실 보고할 이유도 없고 저희로선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무릎 힘줄이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이후 허벅지, 발목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올해 1월 열린 인도오픈에선 허벅지 부상을 입어 8강에 기권했다. 이 당시에도 선수는 치료를 위해 조기 귀국을 희망했으나 코치진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세영의 사정을 잘 아는 한 배드민턴 코치는 헤럴드경제에 “소속팀에서도 우리 선수니까 보내주면 제대로 치료해서 다시 (대표팀에) 보낼텐데 그걸 안 보내준다고 안타까워 했다”며 “비슷한 일들이 있다보니 (선수가) 파리에 갈 때 엄청나게 마음에 품고 갔다”고 이야기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부분은 지도자를 통해서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