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부담 상당폭 완화된 측면도 감안…향후 폐지 포함 근본적인 개편 검토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올해 세법개정안을 앞두고 최대 관심을 받았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이 올해 세법개정안에 빠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종 검토 과정에서 종부세 개편이 제외된 것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집값 상승 등 부동산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한 '2024년 세법개정안'에는 종부세 개정이 제외됐다.
종부세의 개편 수위는 상속세와 함께 올해 세법개정안의 양대 화두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를 거론한 것을 시작으로 여당·대통령실에서는 종부세 전면 폐지까지 언급됐다.
종부세가 지방에 전액 교부되는 만큼 당장 폐지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 때문에 '징벌적 과세 정상화'라는 기조하에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완화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렸다.
기재부도 주말을 앞둔 지난 19일 사전 브리핑에서 '세(稅) 부담 적정화'의 한 부분으로 종부세 개편을 언급했다. 주말 사이 막바지 검토 과정에서 종부세 개편이 제외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의 부동산시장 불안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면서, 종부세 개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보다 0.28% 상승해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5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방과 비(非)아파트 주택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시장 전반적으로 과열 현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이 종부세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보유세인 종부세의 폐지나 완화가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귀속된 주택분 종부세 결정세액은 9500억원이었는데 이중 서울에서 납부한 세액이 4800억원으로 50.9%를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종부세 부담이 상당히 완화된 측면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등에 대해 과도한 세 부담을 지웠다며 이를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여야 논의를 거쳐 종부세 기본 공제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1세대 1주택자의 공제액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다. 세율은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2주택자까지는 0.5∼2.7%, 3주택자 이상은 0.5∼5.0%로 각각 인하했다.
아울러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하향 조정하고 전임 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까지 폐지하면서 세 부담을 크게 낮췄다.
그 결과 주택분 종부세 결정세액은 2020년 1조5000억원에서 2021년 4조4000억원까지 급등했다가 지난해 9500억원으로 2019년 수준(9500억원)까지 내려왔다.
과세 인원은 지난해 40만8000명으로 2019년(51만7000명)보다 적었다. 이중 중과세율을 적용받은 대상은 2597명으로 2022년(48만3454명)보다 99.5% 급감했다. 다만 정치권에서 종부세 개편론이 먼저 제기된 만큼 여야 논의 과정에서 내년 종부세가 개정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후보는 "종부세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 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개편 논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정부는 향후 종부세 폐지를 포함해 근본적인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조세개혁추진단을 통해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을 연구하고 있다. 종부세 폐지 시 지방 세수 방안, 재산세와의 통합시 과세 체계 등이 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현재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이 변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종부세는 아직 개선해야 할 사항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것보다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더 컸다"며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재산세와의 관계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하고 그 결론을 세법에 담는 게 맞아 이번에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