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외모가 곧 스펙.”
외모 관리에 신경쓰는 남성이 늘고 있다. 오히려 여성보다 남성이 더 외모에 민감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심지어 여성보다 남성이 더 외모 관리에 아낌없이 돈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 14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 외모 관리 경험’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6%가 ‘관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시도해 본 외모 관리 방법(복수 응답)’으로는 의류, 화장품 등을 구매한 경험이 35%로 가장 높았고 이어 ‘다이어트’ 20%, ‘헤어/메이크업’이 18%를 차지했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은 외모가 취업에 중요 요소라고 생각했다. 전체 응답자의 70%가 ‘외모가 스펙’이라고 답했는데 특히 남성이 80%로 여성(66%)보다 높았다.
취업 합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모 요소에 대해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의 경우 ‘분위기·이미지’라고 답한 경우가 48%로 가장 높았고 ‘얼굴(이목구비)’이라고 답한 비율은 25%에 그쳤지만 남성은 얼굴이 가장 중요한 외모 요소라고 답한 비율이 40%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취업을 위한 외모 관리 비용도 여성보다 남성의 지출이 더 많았다.
여성은 취업 외모 관리 비용으로 ‘10만원 이상’ 사용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36%에 불과한 반면 남성은 42%로 나타났다. ‘100만원 이상’ 쓴 남성도 7%나 됐다.
취업 준비생 A(31)씨는 “처음에는 외모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면접에서 떨어지다보니 외모도 좀 신경써야 하나 고민”이라며 “눈이 좀 처진 편이어서 졸려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시술을 해볼까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남성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2021~2023년 남성 회원 매출이 연평균 30%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해 남성 고객의 배송 서비스 주문액은 전년보다 100%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지난 2014년 1340억원 규모에서 10년 만에 2600억원 규모로 2배 가량 커졌다.
여대생 이모씨는 “남자친구랑 화장품숍에 가면 쇼핑하는 시간이 나보다 더 길다”며 “지난 생일에 필요한걸 말하랬더니 바로 화장품을 말하길래 그걸로 선물했다”고 말했다.
남성 화장품 시장과 함께 성형수술 시장에서도 남성 고객이 늘고 있다. 강남에는 ‘남자성형은 00성형외과’ 등의 광고 문구가 쉽게 눈에 띈다. 성형외과 홈페이지에는 남성 성형 카테고리가 생긴지 오래다. 강남 한 성형외과 자체 통계에 따르면 코성형수술의 비율은 남성이 55%로 여성(45%)보다 오히려 높았다.
B성형외과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예인이나 모델 등 직업상 외모를 관리해야 하는 남성들만 성형외과를 찾았다면 최근에는 취업 준비 등으로 찾는 일반 남성도 많아졌다”며 “남성 성형에 대한 시선도 많이 달라졌고 외모가 업그레이드되면 자신감도 생기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