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인 줄 알았다” 20만원짜리 이어폰 정체…알고보니
[올리브유니온 유튜브채널 캡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가짜 에어팟 같아요.”

‘힙’하게 에어팟을 사용하는 할아버지 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알고 있는 에어팟과도 다르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사실 이건 ‘진짜’ 제품이다. 다만, 에어팟이 아닐 뿐. 정체는 바로 보청기. 다른 게 있다면, 통상 생각하는 보청기의 디자인을 깬, 신선한 디자인이다. 사용법도 에어팟과 유사하다.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앱으로 콘트롤 한다.

이 보청기 회사는 최근 업계에서 크게 회자되는 기업이다. 일본의 유명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가 국내 첫 투자 대상으로 이 기업을 택했기 때문.

마에자와 유사쿠는 또 누구일까? 그룹 빅뱅 출신의 탑을 승무원으로 달 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던 ‘괴짜’ 억만장자다.

이래저래 알수록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국내 보청기 기업, 올리브유니온이다.

“에어팟인 줄 알았다” 20만원짜리 이어폰 정체…알고보니
마에자와 유사쿠(왼쪽)와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 [출처 올리브유니온 홈페이지, PRTIMES]

올리브유니온은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는 원래 디자인과 건축학을 전공했다. 미국 유학 시절, 우연히 고가의 보청기를 접한 게 창업의 발단이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청기인데 정작 사용하기에도 불편하다는 걸 알게 된 후, 그는 개발자를 찾아다니며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보청기라고 얘기해주기 전엔 보청기인 줄 모르는 디자인”을 구상했다. 그러면서 사용하기에도 편리한, 가격 경쟁력도 갖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나온 첫 작품이 스마트 보청기 ‘올리브’. 한 대 가격을 당시 10만원대로 책정했다. 대부분 보청기가 수백만원에 판매될 때다.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 가격이었다.

이후 나온 제품은 올리브 플러스. 올리브유니온 홈페이지 기준 22만원 수준에 판매됐다. 스마트폰 앱으로 연동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블루투스로 연결하기 때문에 기존 무선 이어폰처럼 전화통화 등도 모두 가능하다.

현재 이 제품은 단종된 상태. 차기작으로 이와 유사한 디자인의 올리브 에어는 현재 미국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 중이며, 국내에선 올해 말 쯤 출시될 예정이다.

“에어팟인 줄 알았다” 20만원짜리 이어폰 정체…알고보니
[마에자와 유사쿠 인스타그램 캡쳐]

마에자와 유사쿠의 투자도 올리브유니온이 주목받는 이유다. 억만장자인 그가 한국 기업 중 투자 대상으로 택한 첫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조조타운의 창업자이자, 괴짜 부자로도 정평이 나 있다.

100억원 이상의 돈을 SNS 팔로어에 뿌리기도 했으며, 2022년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기획한 스타십 달 여행 프로젝트에 참여, 탑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예술가 등과 함께 달 여행을 추진했었다. 이 계획은 유인 우주선 개발 지연으로 끝내 무산된 바 있다.

마에자와 유사쿠를 포함, 올리브유니온은 지금까지 4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팟인 줄 알았다” 20만원짜리 이어폰 정체…알고보니
[올리브유니온 홈페이지 캡쳐]

보청기 산업은 고령화에 맞춰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군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난청 환자는 약 5억명으로 추산된다. 고령화에 따라 난청을 겪는 이들도 늘고 있고, 최근엔 젊은층도 난청을 호소하는 이들도 증가세다.

현재 세계 보청기 시장을 주도하는 건 스위스 소노바, 미국의 스타키, 덴마크의 오티콘 등이다. 모두 해외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반타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보청기 시장 규모는 94억 달러(약 12조 9600억원) 수준이며, 2030년엔 18조원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