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첫 재판에 나타난 ‘모친’?…알고 보니 ‘사칭女’, 부친만 참석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음주 뺑소니'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32)이 다소 수척해진 모습으로 첫 재판에 나온 가운데, 김호중의 모친을 사칭한 인물이 등장해 혼란을 야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씨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했다.

김씨는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구치감에서 나와 한쪽 다리를 절며 피고인석에 들어섰다. 안경은 쓰지 않았고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김씨가 공개석상에 나온 건 지난 5월31일 검찰에 송치된 뒤 40일 만이다.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김씨는 "가수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후 고개를 숙인 채 검찰이 낭독하는 공소사실을 묵묵히 들었다.

김씨의 변호인은 혐의에 관한 입장을 묻는 재판부에 "아직 기록을 열람·복사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에 밝히겠다"고 했다.

김씨의 음주 사고를 은폐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전모씨, 김씨 매니저 장모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달 19일 공판을 한 차례 더 열어 김씨의 구체적인 입장을 듣기로 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시작된 이날 재판은 13분만에 끝났다. 하지만 개정 약 40분 전부터 법정 밖 복도에는 방청을 희망하는 40여명이 줄을 서면서 대기했다.

법정 좌 수가 제한돼 이 중 15명 가량만 입장이 허락되자 나머지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렸다. 법정에 들어간 이들 중에는 '김호중의 엄마'라는 여성도 있었다.

김씨가 다리를 절며 법정에 들어서자 일부 방청객은 눈물을 흘렸다.

김호중의 엄마라는 이 여성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애(김호중)가 잘못한 거 맞다"며 "애가 겁이 많아서 그렇다.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김호중의 모친을 사칭한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재판에는 김호중의 아버지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호중은 지난 5월9일 오후 11시44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났다. 김 씨는 사고 후 50여분 뒤 매니저 장씨와 옷을 바꿔입고 경기도의 한 모텔로 도피해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추가로 구매했다.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사고 3시간 뒤 매니저 장 씨가 김 씨 옷을 대신 입고 경찰에 출석해 자신이 운전을 했다며 허위 자수를 했다. 김 씨는 줄곧 음주 의혹을 부인했으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음주 정황이 드러나자 사고 열흘만에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포함해 김씨를 검찰에 넘겼지만 기소단계에서는 빠졌다. 역추산만으로는 음주 수치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김씨가 기소된 후 재판부에는 김호중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110건 넘게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