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K팝’도 국가 예비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열렸다. 국가유산청은 오는 9월부터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삶과 역사·문화를 대표해 미래가치가 높은 유산을 발굴하는 제도다.
그동안 50년이 경과되지 않은 근현대 문화유산은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에 사라지거나 훼손돼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5월 한달간 ‘근현대 예비문화유산 찾기’ 공모전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생활, 산업,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361건(1만3195점)의 근현대문화유산이 접수됐다.
접수된 문화유산의 면면을 보면 주로 국민의 과거 생활사와 관련이 깊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한국 브리태니커 대표를 역임했던 한창기(1936∼1997) 대표가 1976년 3월 창간한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의 친필원고가 눈에 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정기구독자가 최대 6만5000명에 달했던 우리나라 대표적 월간지다. 순우리말 제목에 한글만 사용해 원고를 작성했고, 인쇄본에 가로쓰기를 최초 도입하는 등 파격적 편집 디자인을 시도했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문화유산도 접수됐다. 경북 의성 성광 성냥공업사에서 생산에 사용됐던 자동 성냥 제조기는 1982년 제작된 것으로 전국에 한 대만 남아있는 근현대 성냥 제조업 관련 산업유산이다. ‘연탄 배달차’로 널리 이용되며 사람들에게 두루 사랑받던 ‘기아 T-2000’은 1967년 제조되기 시작해 1974년 단종된 차종으로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삼륜 화물차다.
국가유산청은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은 최근 문화유산 범위에 20~21세기 유산을 포함하기 시작했다”며 “국내에서도 예비문화유산 제도가 정착되면 K팝, K무비, e스포츠 등 상징적인 유산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