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중심 증원·지역인재전형 대폭 확대

학부모·수험생들, 대치동→지방으로 눈길 돌려

비수도권 학원가, 수강생 증가 대비해 강사 확보

“脫대치 의대준비”…지역인재 선발 2배에 ‘지방유학’ 문의 줄지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되고 대학들이 지역인재전형을 크게 늘리며 ‘지방유학’ 시대가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27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고등학교에 의대합격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박혜원 기자]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되고 대학들이 지역인재전형을 크게 늘리면서, 전략적으로 의대 입시를 노린 ‘지방유학’이 유행할 전망이다. 이미 비수도권 학원가에서는 수험생·학부모의 의대 진학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 수강생 증가에 대비해 강사를 모집하고 의대반을 늘리고 있다.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내년도 의대 선발 인원을 4695명으로 확정했다. 이중 비수도권 선발 인원은 3284명으로, 수도권(1326명)보다 2배 가까이 많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는 2000명에 육박한다. 총 1913명으로 비수도권 대학 선발 인원 10명 중 6명(59.7%)이 지역인재전형으로 뽑히는 셈이다. 비수도권 중심으로 의료계 인재를 양성한다는 정부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지역인재전형 선발을 70%대 규모로 선발하는 대학도 있다. 지역 거점 국립대로 증원 분이 많은 전남대, 경상국립대, 부산대가 각각 78.8%(130명), 72.5%(103명), 69.3%(113명)을 지역인재로 뽑는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지역인재전형 선발 평균 비율은 호남권이 68.6%로 가장 높다. 그 뒤로는 부산·울산·경남권이 63.6%, 충청권이 61.5%, 부산·울산·경남권이 63.6% 순이다.

비수도권에서 의대 가기가 더 쉬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녀들을 일찌감치 비수도권으로 보내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지방유학이 입시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자녀를 의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학부모의 시선이 사교육 중심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지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사하려는 학부모들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강원이나 충청으로 이사하는 것이 좋은지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특히 충청권에 인접한 경기권에서 이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성적권의 수험생들도 최근 지역 의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전에는 공부를 잘하면 이른바 ‘인서울’ 진학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비수도권 의대 진학이 더 흔한 일이 될 수 있다.

과거에 의대 진학을 생각지 못했던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이제 의대에 도전해볼 법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지방유학이 성행할 조짐에 비수도권 학원가는 의대 진학을 노리는 수강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강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대전의 한 학원 관계자는 충청권 대학 의대 정원이 대폭 증가해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문의가 꾸준히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0명 정원의 의대반을 1~2개 정도 더 늘려 운영할 예정이며 강사진 확보도 마친 상태”라고 했다.

반수, 재수 등으로 의대 문을 다시 두드리려는 수험생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 대성학원 관계자는 “반수가 시작되는 6월 이후부터 상위권 대학생을 중심으로 (학원 등록)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음 달 16일 대치동 입시 전문가와 광주·전남지역 전문가 등을 초청해 의대 입시 설명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지방유학 현상이 인구 이전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현재 각 대학이 농어촌 등에서 위장전입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