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신한 4%·우리 4.02%로 반등
美기준금리 인하지연에 시장금리↑
잇단 긴축기조 압박, 인상 지속전망
올해 들어 대출금리 인하 추세가 본격화되며, 평균 3%대까지 내려갔던 시중은행의 주담대 취급금리가 4%대로 반등했다. 애초 예상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며, 잠잠하던 시장금리가 튀어 오른 영향이다. 여기에 높은 물가상승률 등 긴축 기조를 압박하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당분간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기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 3월 들어 주담대 취급금리 인상 행렬=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분할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는 4.00%, 4.02%로 전달 대비 각각 0.0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대를 상회하던 금리는 올 들어 3%대로 내려왔지만, 3월을 기점으로 다시 4%대로 반등했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취급금리는 지난 2월(3.94%)과 비교해 0.16%포인트 상승한 4.11%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신규취급액 주담대 금리는 지난 2월 3.98%에서 3월 3.95%로 0.03%포인트 줄었다. 2월 0.12%포인트 줄어든 것에 이어 연이은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이는 하나은행의 주담대 취급금리가 한 달 새 0.35%포인트가량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달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4%대 금리를 적용하며 대출 취급을 관리했던 하나은행은 3월 들어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그간 여타 은행에 비해 미진했던 고객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인터넷은행에서도 전반적인 대출금리 인상 추세가 나타났다. 케이뱅크의 2월 기준 주담대 평균 취급금리는 3.81%였지만, 지난달 4.04%로 0.23%포인트 늘었다. 은행권 최저 수준의 주담대 금리를 보였던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취급 금리도 2월 3.75%에서 3월 3.78%로 소폭 상승했다.
애초 예상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데서 비롯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중 은행채(5년물, AAA) 금리는 지난 4월 19일 기준 3.912%를 기록하며, 3.9%대를 넘어섰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 등 경제 지표가 기대치를 벗어난 가운데 ‘긴축’ 기조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가계대출 증가 추세를 우려한 은행권의 자체적인 금리 조정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주요 4개 은행의 주담대 신규취급액 기준 가감조정금리는 2.61%에서 2.55%로 0.06%포인트 줄었다.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값에 가감조정금리를 뺀 값이다. 은행들에서 자체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금리의 규모가 한 달 새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에 대출금리를 낮춰, 주담대 고객을 모았던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나타났다”면서 “채권금리 동향도 일부 작용했지만, 가계대출 관리 등 명목으로 은행에서 조정한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美기준금리 향방에 대출금리 달렸다=문제는 4월 들어서부터 이같은 대출금리 인상 압박 기조가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6월로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다시금 연기됐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또한 기존의 태도를 뒤집고 매파적(긴축)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기준 은행채(5년물, AAA) 금리는 3.976%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지난 3월 소폭 감소했던 주요 은행의 주담대 잔액도 4월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주담대는 가계대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탓에, 가계대출 확대의 주요인으로 여겨진다. 이에 은행권은 주담대 금리를 높여, 가계대출 취급 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월 30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표시금리는 연 3.19~5.58%로 약 한 달 전인 3월 18일(3.08~5.79%)과 비교해 하단이 0.11%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향방에 따라 대출금리 전망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금리를 내릴지 등이 채권금리 전망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라며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더 늦춰질 경우,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른 가산금리 인상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