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최악·8일 연속 하락’ 코스피 등락률 -4.90%

작년 말 강세 ‘되돌림’ 현상에 배당 차익 매물, 반도체 약세까지

“‘선반영’ 조기 피벗 기대감, 하방리스크 가능성…실적 받쳐줘야”

2024년 1월 코스피, G20에서 꼴찌 [투자360]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소폭 떨어진 2,520대에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연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가 역대급 최악의 성적표를 잇따라 받아들고 있다. 16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출발한 데 이어, 주요 20개국(G20) 주요 증시 지표 중 등락률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6년 만에 최악·8일 연속 하락’ 코스피 등락률 -4.90%

15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와 인베스팅닷컴을 통해 G20 대표 증시 지수의 올해 첫 거래일부터 지난 12일 종가까지 등락률을 비교했다. 이 결과 한국 코스피 지수 등락률은 올 들어서만 -4.90%를 기록하며 G20 주요 주가 지수 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2일 기준 8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1년 8개월 만에 최장기간 내림세 기록이다. 매년 같은 기간 낙폭으로는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사태로 불거졌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6.92%) 이후 최대치였다.

한국에 이어 하위 2~5위는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Top 40, -3.76%), 중국(상하이종합, -3.12%), 멕시코(IPC, -3.10%), 브라질(BOVESPA, -2.38%) 순서로 차지했다.

상위권에는 신흥국 증시가 차례로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선진국 중에선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이 눈에 띄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G20 국가 중 3위에 해당하는 6.31%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토대로 3만5000선을 돌파, 약 34년 만에 최고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 1,2위는 11.12%를 기록한 아르헨티나(MERVAL)와 6.91%인 튀르키예(BIST)가 차지했다. 일본의 뒤로는 러시아(RTS, 2.78%), 사우디아라비아(Tadawul, 0.77%), 인도(Sensex, 0.45%) 등이 차례로 4~6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26%로 뒷걸음질 친 것을 시작으로 독일(DAX, -0.44%), 유럽연합(EURO STOXX 50, -0.93%), 프랑스(CAC40, -1.03%), 영국(FTSE100, -1.40%) 등 서구권 주가 지수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2024년 1월 코스피, G20에서 꼴찌 [투자360]

작년 말 강세 ‘되돌림’ 현상에 배당 차익 매물, 반도체 약세까지

올 초 국내 증시 하락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증권가에선 ‘되돌림’ 현상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노랜딩(No Landing, 경기 침체 자체가 없을 것이란 낙관론)’ 전망에 힘이 실린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 금리 인하) 조기 개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까지 투심을 자극하며 미 증시를 급격하게 밀어올렸다. 한국 증시 역시 미국발 훈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작년 말 강세였던 주요국 증시 가운데서도 국내 증시의 되돌림 폭이 유독 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12월 미국(14.03%), 독일(13.83%), 인도(12.68%), 유럽연합(12.25%), 프랑스(10.52%), 일본(8.44%) 등 주요국 지수 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16.56%를 기록하며 더 큰 폭으로 오른 코스피 지수에 조정세가 더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금융투자)를 중심으로 연말 배당 차익을 노리고 국내 증시에 진입했던 물량이 연초 들어 대량 매물로 나오며 주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기관 투자자가 주로 매수에 나섰던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낙폭이 크게 나타났다. 연초 코스피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사이 코스닥 지수는 반대로 0.17% 상승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기관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만 총 7조2875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특히나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 대형주의 약세가 눈에 띌 수준이었다. 시총 1위 삼성전자 주가가 6.88% 하락한 가운데, 2위 SK하이닉스(-5.23%), 3위 LG에너지솔루션(-2.81%),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2.11%), 5위 셀트리온(-2.28%), 6위 현대차(-8.60%), 7위 포스코홀딩스(-10.21%), 9위 기아(-11.70%), 10위 LG화학(-10.02%) 등의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8위 네이버(2.90%) 단 한 종목에 불과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섹터별로 봤을 때는 전체 시총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 종목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던 것이 다른 선진국, 신흥국 증시보다 되돌림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났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선반영’ 조기 피벗 기대감, 하방리스크 가능성…실적 받쳐줘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작년 말 글로벌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미 연준의 조기 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역으로 연초 증시엔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 생산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2%)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기 피벗론’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리선물시장에서 우세한 ‘3월 인하 개시’ 가능성이 낮아지고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5~6월 피벗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대감이 선반영됐던 주가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WSJ이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 71명 중 65.7%는 5~6월 피벗 개시에 손을 들었다.

이런 가운데 향후 코스피 지수의 향방을 정할 결정적 요소는 개별 기업들의 ‘실적’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서상영 연구원은 “조기 피벗 가능성과 미국 경기의 안정세 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고스란히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인 만큼, 증권사들의 개별 기업에 대한 예상 실적 컨센서스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설정된 것이 현실”이라며 “당장 발표가 이어질 작년 4분기 실적의 경우 기대치가 컸던 만큼 예상치를 크게 웃돌아야 주가 역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수준이거나 하회할 경우엔 실망 매물로 인한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예상치를 한참 밑돈 4분기 잠정 영업이익 결과 탓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