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어린 남매 4명 사망

경찰·소방 “사고 경위 조사 예정”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남매 4명이 숨졌다. 사진은 불이 난 빌라. [연합]

[헤럴드경제(안산)=김영철 기자] “매우 행복한 가정이었다. 공동체 내에서 사람들을 줄곧 웃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화마로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숨진 경기도 안산구 단원구 선부동의 한 다세대 주택 인근. 27일 기자가 만난 피해가족의 이웃들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매우 행복한 가정이었다”며 한 목소리로 안타까워 했다. 이날 새벽 화재로 다세대주택 2층에 있던 나이지리아 국적의 11세 여아와 7세·6세 남아, 4세 여아가 숨졌다. 이들은 남매 사이였다. 막내인 2살 배기와 부모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숨진 아이들의 아버지는 중고자동차 등을 모국인 나이지리아에 수출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족들을 10년간 알고 지냈다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치네두 씨는 "(숨진 아이들의)아버지가 가족 에 헌신하려는 마음이 아주 강했다"며 주변 이웃들에게 웃음을 주는 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슬프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남은 사람들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웨나린(45세)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숨진 아이들의 친구였다"고 했다. 그 역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특별한 가족이었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세상에…"라는 말을 되냈다.

사고가 난 빌라 4층에 사는 김알렉산더 (45·우즈배키스탄)은 가까스로 참사를 피했다. 그는 "간밤에 누가 소리 지르길래 깼는데 불이 났다"며 "헐레벌떡 자녀 2명을 피신시켰다"고 했다. 또 "애들이 놀랄까봐 태연한척했다"며 " 옥상으로 피신해서 다행히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28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40여분 만인 같은 날 오전 4시16분께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로 인해 해당 빌라의 집 한 채가 소실됐다. 해당 집은 13평 정도의 투룸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인해 같은 빌라 건물에 살던 다른 나이지리아인 3명과 우즈베키스탄인 2명, 러시아인 1명 등 6명이 경상을 입고, 37명이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불길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불이 난 곳은 1994년 사용 승인된 바닥면적 137㎡의 다세대주택이다. 주로 외국인 등 40여 명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1층은 반지하 구조여서 불이 난 2층이 사실상 1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50분께부터 소방 등과 함께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 중이다.

안산시는 화재 건물 인근에 이재민 임시거주시설을 마련해 구호 물품을 지급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