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급등에 따른 책임 오롯이 국민들에게

주식 양도세 현행 유지…시장 상황 따라 돌변 가능성도 열어둬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오락가락했던 주택 재산세 감면과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기준이 각각 6억원과 10억원으로 결정됐다. 구멍난 세수에 강력한 증세 정책을 고집하던 정부와 내년 재보선 민심을 의식한 여당이 하나씩 주고받은 것이다.

‘민심 급한’ 여당, ‘세수 구멍’ 정부…오락가락하다 ‘땜질’, 국민만 ‘휘청’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당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babtong@heraldcorp.com

3일 여권에 따르면 당정은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재산세 완화 기준을 공시지가 6억원으로 하고 시가 반영율은 2030년까지 80%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기준은 정부 원안대로 하되, 반영율은 10%포인트 낮춘 것이다. 또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10억원으로 현행 유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와 민주당이 각각 부동산과 주식에서 하나씩 교환한 셈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부동산 중과세를 통해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는 측면에서 6억원을 유지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대신 주식 양도세 관련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현행 유지하면서 서로가 반보씩 양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정의 결정에 공식 발표 전부터 반발은 거세다. 우선 주택 재산세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한 정책 실패 책임을 일반 국민들에게 돌렸다는 비판이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방과 서울의 중저가 주택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도 이번 논란의 본질”이라며 “9억원으로 상향하면 지방 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폭등한 가운데 재산세 과세 기준인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율을 대폭 높여 1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크게 늘었지만, 현 정부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난 재정적자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말이다.

부동산 증세가 가져올 수 있는 전월세 가격 상승 압박에 대한 조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는 조정 국면이 확실하다”고 주장하며 “전세시장도 큰 틀에서 안정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만 말했다. 재산세와 함께 거론됐던 전월세 대책은 사실상 속수무책 방치하는 것 뿐이다.

또 다른 ‘서민 증세’ 논란을 불러왔던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은 현행 10억원을 유지하자는 당의 의견이 관철됐다. 일반 국민들의 재산 형성 수단이던 부동산이 가격 폭등과 정부의 중과세로 꽉 막힌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주식마저 건드릴 경우 불보듯 뻔한 민심 이반 현상을 우려한 결과다.

하지만 이 마저도 ‘미 대선 이후 시장 상황 변화’라는 사족을 달았다. 주식 시장 상황이 좋아진다면, 정책은 다시 증세 강화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2023년까지 현행 10억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가닥은 잡았지만 시장 상황을 좀 더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대선을 보고 확정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결론도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