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춘제 연휴기간 끝나는 시점
현지 공장 재가동 기대감 속
中정부 봉쇄조치 확산 초긴장
부품 차질 차업계 ‘발등의 불’
전자·배터리·기계도 노심초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춘제 연휴기간이 끝나는 오는 10일을 기점으로 국내 산업계가 운명의 72시간을 맞는다.
산업계는 10일부터 현지 공장 재가동을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봉쇄조치가 우한을 넘어 저장성 웨칭시까지 확대되고, 지방 정부의 휴가 복귀자에 대한 14일간 추가 자가격리 명령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정상적인 조업재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동차·전자·기계·배터리 등 국내 업계는 중국의 부품·소재 공급망 붕괴와 항만 등 물류시스템 마비가 2월 내내 이어지면 실적악화는 물론 대외 신인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에 하나 조업 재개 후 사업장 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정사업장 유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발등의 불은 자동차 업계다.
국내에서는 현대차와 쌍용차에 이어 기아차 광주공장이 10일 조업 중단에 들어간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오는 11일부터 2~3일간 공장 가동 중단이 예고됐다. 차량 내 배선 뭉치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니스’의 중국 협력업체 공급 차질이 국내 완성차 업계를 올스톱시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중국 의존도가 87%에 달한다”며 “당장 베트남 등으로 부품 조달처를 바꾸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중국 생산 재개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스마트폰, TV 등 세트 공장 조업중단이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스마트폰의 65%, PC의 45%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 생산(EMS) 국가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안과 우시 반도체 공장은 가동 중이지만, LG디스플레이는 난징과 옌타이 액정표시장치(LCD) 모듈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전자부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역이 비상사태”라며 “최소한의 인력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세트업체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2월 내내 수급에 차질을 빚어 손실이 커지고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배터리 업계도 10일 가동 재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일부터 난징의 배터리 공장 가동을 멈췄다. 중국 내 타이트한 공급 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예정대로 10일부터 반드시 가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창저우(常州) 배터리 공장 가동 재개를 고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계업계도 악전고투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 “현재까지는 가까스로 재고를 맞추고 있지만 10일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생산을 줄여야 한다”며 “비상상황실을 가동 중이며 향후 부품 공급 상황에 맞춰 대응책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으로 석유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정유업계도 10일 이후까지 사태가 장기화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선적이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국 내 경유나 항공유 수요가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정유사들의 수출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