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전형적인 ‘상저하고’…반도체 회복 낙관

우한폐렴 장기화 대비 컨틴전시플랜 가동

불확실성 상존…생산·투자전략 신중 운영

SK하이닉스 “올해 D램 출하 10%중후반·낸드 40%이상 성장”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26조9907억원, 영업이익 2조7127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87% 줄었다.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SK하이닉스의 차진석 재무 담당(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은 31일 작년 4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계절적 비수기 이후 신규 스마트폰용 출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2분기부터 모바일용 D램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며 “올해 연간 D램 출하 성장률은 10% 중후반, 낸드는 40%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서는 “중국 우시공장은 현재 조업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컨틴전시플랜(비상경영계획)을 마련 중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공장에서 D램을 양산하고 있다.

차 부사장은 올해 전형적인 ‘상저하고’ 수요 흐름을 예상했다. 그는 “올해 D램 수요는 20%, 낸드 수요는 30%대 초반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1분기는 모바일 D램의 계절적 수요둔화가 불가피하지만 서버 D램은 수요 회복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램과 낸드 플래시 재고 수준 역시 정상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와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차 부사장은 “시장이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모든 변수가 정상수준에 도달한 것 아니고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며 “기존 보수적 투자 기조에는 큰 변화 없을 것이며 올해 장비와 인프라 투자 모두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투자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시황 개선에 따라 투자규모를 플렉서블하게 할 가능성 있지만,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8년 17조원의 투자를 집행했지만 작년 12조7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차 부사장은 올해 투자처에 대해 “인프라 투자의 경우 올해 완공 예정인 M16 공장을 중심으로 집행하고, 장비 투자는 D램 10나노급 1y와 낸드 96·128단 공정전환에 필요한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작년 영업이익 2조7127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최악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이 2360억원으로 2002년 4분기(550억원)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4637억원)를 49.1%나 하회한 ‘어닝쇼크’로 받아들여진다.

SK하이닉스의 작년 영업이익(2조7127억원)은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타며 거둔 20조8438억원의 10분의 1수준이다. 특히 당기순손실은 118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의 3조3979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악화 주범은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락이다. 작년 1월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6달러였지만 12월 말엔 2.81달러로 53.1% 폭락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한 해 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와 생산량을 조정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섰으나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고객들의 재고 증가와 보수적인 구매 정책으로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이어져 경영실적은 전년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 시장에 대해 서버 D램의 수요 회복, 5G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전형적인 상저하고의 수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PC 및 데이터센터향 SSD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고용량화 추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처럼 최근 개선되고 있는 수요 흐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진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상존함에 따라 보다 신중한 생산 및 투자 전략을 운영할 방침이다. 공정전환 과정에서도 기술 성숙도를 빠르게 향상시키는 한편 차세대 제품의 차질 없는 준비로 원가 절감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D램은 10나노급 2세대 제품(1y나노) 비중을 확대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LPDDR5 제품 등의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차세대 제품인 10나노급 3세대 제품(1z나노)도 연내 본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낸드 플래시는 96단 제품 및 SSD향 매출 비중을 지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128단 제품 역시 연내에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고 고용량 솔루션 시장으로의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