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역 버스 흉기 신고 오류’ 이후 6년 만에 문자수 45자에서 확대
‘카톡 보다 못한 112 문자 신고’
당산역 마을 버스 흉기 사건 초동 대응 논란 이후 경찰이 “112 문자신고 시스템이 45자밖에 안 돼 신고를 제대로 접수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해명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 나온 반응이다.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신고 시스템이 시대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이었다는 비판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112문자 신고 서비스 중 '단문' 글자 제한수를 21일 오후 7시부터 기존 45자에서 70자로 늘렸다. 기존 문자 시스템은 문자 메시지를 단문과 장문으로 나눈 뒤 단문의 경우 45자 이하만, 장문은 70자 이상 전송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45자~70자 사이의 문자는 45자 이상은 메시지내용이 잘려 나왔었다.
이는 최근 발생한 '당산역 버스 흉기' 사건에서 문자 신고 시스템상 오류가 발견된 데에 따른 조치다.
지난 19일 오후 10시30분께 버스에서 흉기를 든 남성을 발견한 신고자는 경찰에 ‘지금 당산역에서 목동쪽으로 출발하려고 정차에 있는 버스에서 파란 패딩을 입은 남자가 욕설을 하며 커터칼을 들고 있다’고 신고 문자를 보냈다. 곧 출동하겠다는 답장을 받은 신고자는 ‘○○역 지났고 ○○쪽으로 가고 있다. 파란 패딩에 금발남자’라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며 ‘저희가 신고한 것은 모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신고자가 누구냐”고 물은 뒤 응답이 없자 별다른 조치 없이 버스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신고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초동 대응도 부실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뒤늦게 경찰은 ‘112 긴급문자 서비스’에서 글자 수가 45자로 제한돼 메시지 뒷부분을 읽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단문 문자신고 제한 글자를 70자로 늘려 최종적으로 글자 수 제한 없이 신고할 수 있게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문자신고 서비스를 도입한지 5년이 지났지만 이제서야 글자수를 개선했다는 점에 대해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문자 신고 서비스는 지난 2013년 도입됐다. 음성신고와 마찬가지로 문자로 신고 내용을 적어서 112번호로 전송하면 경찰에 신고가 가능하다. 사진과 동영상도 첨부 가능하다. 지난 3년 간 연 평균 문자 신고 건수는 16만2000건(서울 기준)이 넘는다. 2018년에는 17만2729건, 2017년에는 15만3324건, 2016년에는 16만1497건이었다. 전체 신고 건수에 비해 문자 신고 건수 비율(3.8%)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전화로 신고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에서 문자 메시지가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자 신고 서비스 정비 및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민들이 문자 신고를 이용하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장소, 용의자 생김새 등을 묘사하기엔 45글자는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크다. 문자 신고가 도입된 지 5년이 넘도록 45자가 넘어가는 문자 신고의 뒷부분은 잘려 전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그동안 경찰이 문자 신고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왔다”며 분노했다.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글자수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 이를 제대로 홍보해 시민들에게 알렸어야 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실제 문자신고 글자수 제한은 커녕 문자 신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시민들도 태반이었다. 한 네티즌은 “그동안 문자 신고가 있는 것 자체를 몰랐다. 유용할 것 같은데 왜 홍보를 안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건데 제대로 운영했으면 좋겠다. 누가 글자 수를 따져가며 신고를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정세희 기자/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