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에 찬 시대…흔들리는 정책 [스테파니 스탠체바]
한국에서 어느 날 저녁 유튜브를 열어보면 한 가지 패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날 국회나 법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든, 이에 대한 격앙된 논평이 쏟아지고 의견은 사방으로 갈린다. 탄핵이 핵심적인 논쟁거리였던 2024~2025년 겨울에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양쪽 진영의 채널들이 뉴스를 생중계했다. 유튜브에서는 시청자가 돈을 내고 자신의 메시지를 실시간 화면에 띄울 수 있기 때문에 영상 하단에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 순간의 정서는 분노였다. 어쩌면 그것이 하나의 상품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 문제는 결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실 정치적 담론 전반이 점점 더 분노에 차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온라인 채널에 국한된 인상일 뿐인지 의문을 가질 만하다. 그리고 정말로 정치적 담론이 더 분노에 찬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면, 이것은 사람들이 원하고 지지하는 정치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나는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새로운 데이터를 활용해 이 질문들에 답하고자 했다
2026.09.21 11:01
AI시장, 세 갈래로 쪼개지고 있다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기업들이 오픈웨이트(open-weight·핵심 설계값을 공개) AI 모델을 찾은 건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더 큰 통제력을 얻을 수 있어서다. 월마트는 2017년 일부 기술 공급업체에 조용히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와 거래하고 싶다면 업무를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올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AWS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AWS는 당시에도 훌륭한 인프라였고 지금도 그렇다. 스타트업과 은행은 물론 미국 중앙정보국(CIA)까지 신뢰하는 인프라다. 넷플릭스는 아마존의 클라우드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아마존의 동영상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와 정면으로 경쟁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경쟁하는 것은 아마존의 여러 사업 중 하나다. 반면 월마트가 경쟁하는 상대는 아마존이라는 본체 자체다. 컴퓨팅 비용을 아무리 할인해준다고 해도 가장 위험한 경쟁자의 사업을 키우고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라면 의미가 없었다. 인프라는 공급자가 고객의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중립적으로 느껴진다. 이
2026.09.15 11:10
못 믿을 AI기업…검증하고 평가받게 하라[머브 히콕]
7월 16일, 허깅페이스(Hugging Face·HF)는 오픈AI의 AI 에이전트가 자사 시스템을 해킹했다고 밝혔다. 허깅페이스는 AI 모델과 데이터셋,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개발자들이 모델을 만들고 공유하며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허깅페이스는 오픈AI가 공격의 주체라는 사실을 파악하기 전에 이미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유럽 법 집행기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오픈AI, 앤스로픽(Anthropic), 메타(Meta)도 테스트 중인 AI 에이전트가 외부 조직을 해킹한 사례를 잇달아 공개했다. AI의 능력 자체에만 지나치게 관심이 쏠리면서 정작 이들 기업 내부의 AI 거버넌스에 관한 중요한 질문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관리 소홀은 분명 심각한 경고 신호다.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행동을 실행한다. 그렇다고 AI의 능력이 발전했다는 이유로 주요 AI 기업들이 이미 확립된 보안 관행을
2026.09.07 11:1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
명목 앵커란 무엇인가 화폐 그 자체에는 실질적인 가치가 거의 없다. 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일정한 기준점에 묶여 있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기준점을 ‘명목 앵커(nominal anchor)’라고 부른다. 금본위제에서는 화폐의 환율을 금에 고정함으로써 화폐 가치를 안정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브레턴우즈 체제도 같은 원리에 기반했다. 달러 가치를 금에 연동하고, 다른 통화의 가치를 달러에 연동하는 방식이었다. 변동환율제로 전환되고 197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은 이후 많은 나라가 새로운 명목 앵커를 도입했다. 바로 인플레이션 타깃팅(inflation targeting·물가안정목표제)이다. 중앙은행이 가령 2%라는 물가상승률 목표를 제시하고,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면 통화정책을 긴축하고 목표치를 밑돌면 완화하는 방식이다. 이런 정책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물가상승률이 결국 목표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게 된다.이러한 믿음 자체가 물가를
2026.09.01 11:12
경제를 재편하려는 재정정책…배분적 성격되는 통화정책 [지안루카 베니그노]
지난 30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거시경제학자들은 단순한 역할 분담을 전제로 했다. 중앙은행은 물가를 관리하고, 정부는 국가 재정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분리가 도전받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를 살펴보자. 미국은 재정건전성 회복을 계속 의제로 올려놓을 만큼 큰 폭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현재 워싱턴의 논쟁은 반도체법(CHIPS Act)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에서 물러날 것인지가 아니라 여기에 무엇을 더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일본은 370조엔 규모의 장기 전략 투자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그리고 7월 13일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서는 예산으로, 10%가 넘는 증가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이례적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일부는 장기 전략 투자를 위한 새로운 미래대응펀드의 재원이 된다. 동시에 정부는 반도체,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분야의
2026.08.18 11:37
AI 모델은 빌려쓰고, 기억은 소유하라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기업의 가장 가치 있는 AI(인공지능) 자산은 ‘정답’이 아니다. 회사의 최고 전문가들이 어떤 답변을 채택하고, 거부하며, 수정했는지가 축적된 기록이 가장 가치가 있다. AI모델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코드를 작성하고, 시장을 분석하며, 소프트웨어를 구동한다. 뛰어난 모델은 지시가 모호하더라도 거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경영진에 이것은 마치 모든 것을 읽고, 잠도 자지 않으며, 어째서인지 회사의 문화에는 관심이 없는 지치지 않는 새 동료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위험한 혼란을 야기한다. 지능이 이토록 경이로우니, 모델 자체가 강력한 ‘해자(Moat·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지속적인 경쟁우위의 뜻으로 씀)’임에 틀림없다는 착각이다. 넷스케이프(Netscape)는 1990년대에 이 교훈을 배웠다. 그들은 획기적인 제품을 가졌고, 잠시나마 인터넷으로 가는 관문을 독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무료로 제공하고
2026.07.16 11:49
금리인하 할 수 없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안루카 베니그노]
오는 16·17일(미국 현지시간) 케빈 워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서 첫 회의를 주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년 가까이 공을 들인 끝에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중앙은행 수장을 손에 넣었다. 인준안은 지난 5월 찬성 54표 대 반대 45표라는, 역대 연준 의장 중 가장 아슬아슬한 표차로 상원을 통과했다. 하지만 새 의장이 가장 먼저 하게 될 일은 그를 임명한 대통령을 실망시키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반항이 아니다. 지금의 경제 데이터가 요구하는 당연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워시를 의장으로 지명했을 때만 해도 통화 완화(금리 인하)를 주장할 만한 근거는 제법 그럴듯했다. 전체 물가상승률(소비자물가지수)이 2.4%로 내려앉았고, 2025년 시작된 디스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대출 금리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연히 금리가 내려가리라 기대할 만했다. 하지만
2026.06.15 11:09
한국과 일본의 AI 거버넌스…정상 향한 두 갈래 길 [머브 히콕]
2020년부터 AI·디지털정책센터(CAIDP·Center for AI and Digital Policy)는 민주주의 가치와 기본권을 중심으로 각국의 AI 정책과 관행을 분석한 가장 포괄적인 평가인 ‘CAIDP AI 지수(CAIDP AI Index)’를 발표해왔다. 이 지수가 처음 발표된 이후 줄곧 세계 최상위권에는 두 동아시아 국가가 자리해왔다. 바로 일본과 대한민국이다. 서로 이웃한 두 나라가 AI 거버넌스라는 동일한 목적지를 향해 의미 있게 다른 경로를 선택했다는 점은, 세계의 AI 거버넌스 대응 방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1년 당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CAIDP AI 지수에서 한국이 티어(Tier) 1 국가로 평가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CAIDP가 2026년판 지수를 발표했을 때 일본은 Tier 1 지위를 유지한 반면, 한국은 처음으로 Tier 2로 내려갔다. 일본이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
2026.06.04 11:12
AI가 알아서 돈 쓰는 시대…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1688년, 해상 무역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동산은 창고나 조선소가 아니었다. 영국 런던의 타워 스트리트(Tower Street)에 있던 어느 커피하우스였다. 에드워드 로이드(Edward Lloyd)가 운영하던 그곳의 커피 맛은 평범했다. 하지만 그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 건 나무 벤치에서 이뤄지던 의식이었다. 상인이 선박, 선장, 항로, 화물, 계절 등 항해에 대해 설명하면 방 반대편에 있던 낯선 사람이 걸어와 펜을 들고 그 설명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배가 돌아오지 못할 경우 자신이 돈을 지급하겠다는 동의였다. 오늘날에도 이 행동을 가리키는 단어가 사용된다. 우리는 그를 언더라이터(Underwriter·인수업자)라고 부른다. 로이드의 커피하우스에서 발명된 건 정확히 말해 보험이 아니었다. 아무도 측정할 수 없는 위험 아래에 기꺼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겠다는 의지였다. 결과적으로 그게 대양을 가로지르는 해상 운송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338년이 흐른 지금, 동일한 문
2026.05.28 11:42
에너지 대란 덮친 동남아…‘원전 카드’ 꺼낸 러시아 [프랑소와즈 니콜라]
과도하게 큰 경제적 충격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세계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상 요충지 가운데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했다. 해운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발생한 석유·가스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은 동아시아에 특히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충격은 역내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 첫째, 중국은 적극적인 공급선 다변화 전략과 경제의 빠른 전기화 덕분에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만큼 걸프 지역의 석유·가스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 둘째, 중국은 상업용 및 전략 비축유를 통해 충격을 견뎌낼 수 있었다. 에너지 자급률이 15.3%에 불과한 일본 역시 취약하지만, 상당한 규모의 원유 비축량을 활용할 수 있으며 중동산 가스 의존도도 크게 낮췄다. 한국의 경우 화석연료
2026.05.27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