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ㆍ김우영 기자] 북한이 5차 핵실험으로 고도화ㆍ가속화된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틀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북핵 대응방안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앞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등 정치적ㆍ외교적 압박이 사실상 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도 처음으로 ‘외교적 노력’과 함께 ‘군사적 노력’을 언급하며 북핵 문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北 5차 핵실험 뒤 백가쟁명식 ‘군사 카드’=대북 군사적 대응카드로는 ‘독자 핵무장론’, ‘전술핵 배치론’, ‘선제타격론’ 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독자 핵무장론은 학계뿐 아니라 여당 대표까지 공론화를 언급하는 등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보다 훨씬 높은 조치를 정치권과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항상 예외로 해왔던 문제들에 대해 이제 과감하게 제대로 논의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사실상 핵무장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독자 핵무장론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질서에서 탈퇴한다는 의미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대가를 감수해야한다는 점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시나리오라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차선으로 1991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 맞춰 철수한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자는 전술핵 재배치론이 제기된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 역시 현실성이 높지 않다. 우선 미국은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제 정책’에 따라 이미 한반도 전술핵 배치와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미국은 ‘핵 없는 세상’ 구상에 따라 항공기 투하탄을 제외한 핵지뢰, 핵어뢰, 핵포탄 등을 상당량 폐기해 한반도에 배치할만한 전술핵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서 벗어나고 북한의 핵개발 논리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
청와대가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정부의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전술핵 재배치 검토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한 배경이다.
▶대량응징보복, 실효성 의문 뒤따라=이 같은 핵무장론과 전술핵 배치론의 한계에 따라 제기되는 것인 선제타격론이다.
군 당국이 밝힌 북한의 핵 사용 징후 포착시 정밀타격 미사일과 특수작전부대를 운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휘부를 직접 응징ㆍ보복한다는 ‘한국형 대량응징보복 작전’(KMPR)이 여기에 해당한다.
군 당국은 대량응징보복을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함께 대북 억지력 ‘3축 체계’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량응징보복을 비롯한 3축 체계는 2020년대 이후에나 구축될 전망인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나 북한의 핵실험 동향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 정보 수준에서 실현가능한지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확장억제를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상징적ㆍ정치적이었던 핵 위협이 실질적ㆍ군사적으로 다가오게 됐지만 감정적 대응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며 “현재 선언적 수준인 미국의 핵우산 등 확장억제를 구체적 시나리오별 실행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12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제10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진행중이다.
정례적인 회의로 애초 북한의 점증하는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라 이에 대한 평가 및 대응과 함께 확장억제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또 내달 워싱턴에서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와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가질 예정이다.
신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