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는 99.999%까지 사멸했다."
코로나19의 위세가 한창이던 2021년 4월 13일 남양유업은 심포지엄을 열어 이같이 발표했다.
그 같은 정보가 미리 새어 나가기라도 한 걸까. 잠잠하던 남양유업 주가는 4월 9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전날 30만4214원이었던 주가는 9일 7.19% 뛰었고, 다음 거래일인 12일과 13일에도 각각 6.71%, 8.51% 상승했다. 14일에는 최고 48만6145원까지 찍으며 불과 4거래일만에 59.8%나 폭등했다.
그러나 이는 사기였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반박했고, 질병관리청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법을 위반해 제품을 홍보한 것'이라며 곧장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등을 금하고 있다.
급등했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4거래일만인 19일 31만원까지 떨어져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검찰은 이후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단순한 세포 단계 실험에 불과해 항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 저감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효능이 있는 것처럼 사실상 광고했다고 보고 책임자들을 기소했다.
당시 그같은 홍보의 책임으로 기소된 남양유업 이광범 전 대표이사 등 책임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7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종수 전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장에게는 벌금 2000만원, 현직 본부장급 김모 씨와 이모 씨에게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남양유업에도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 부작용 등으로 전 국민이 우려하던 때 (검증되지 않은) 효과를 광고한 죄책이 중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 등은 언론이 스스로 판단해 보도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본인들이 광고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심포지엄에) 기자들만 초청했고, 자료를 배포했을 때는 이를 근거로 기사가 작성될 것을 당연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에 예방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 광고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양유업도) 세포(실험) 단계에서는 보도할 유의미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보도자료에는 세포 단계라고 쓰여 있지 않고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언론사를 이용해 항바이러스 효과가 보도되게 했음에도 오히려 (언론사가) 검증하지 않았다며 잘못을 돌리고 혐의를 부인해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월 대주주가 홍원식 전 회장에서 한앤컴퍼니로 변경됐다. 남양유업 측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준법윤리 경영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