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바람에 신설됐으나 기존 상품 중복
與 유영하 “내실 없이 ‘보여주기식’ 전락 우려”
고용 관련 정책보증 부실률, 1년새 2배 안팎↑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ESG경영 강화를 위해 도입된 ‘사회적배려층 고용기업 특례보증’ 상품이 3년 넘게 단 1건의 실적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부터 운용돼 온 타 상품과 사실상 중복된 데 따른 것으로, 실속 없는 ESG경영 상품에 대한 ‘관리 부실’ 비판이 제기됐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배려층 고용기업 보증은 시행 첫 해인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보증 건수 및 금액 모두 ‘0건(원)’을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ESG경영 강화 차원에서 사회적배려층을 고용한 기업까지 특례보증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사회적배려층은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기초생활수급권자, 한부모가족 보호대상자, 북한 이탈주민 등이다.
신용보증기금 측은 이 같은 ‘무실적’과 관련해 “사회적 취약계층 고용기업 보증을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우대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보증 상품의 취지나 성격 등이 중복된다고 보고, 한 쪽에 치중한 셈이다. 2018년 12월 시행된 ‘사회적 취약계층 고용기업 보증’ 상품은 여성가장이나 중증장애인 등이 대상이다. 같은 기간 해당 상품의 보증 건수 및 금액은 ▷2021년 15건(35억원) ▷2022년 14건(52억원) ▷2023년 18건(53억원) ▷2024년 8월 기준 15건(39억원)이다.
‘사회적 취약계층 고용기업 보증’ 상품을 비롯해 기금의 고용창출 관련 정책 보증 부실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고용창출기업 특례보증’과 ‘청년 고용기업 특례보증’의 부실률이 1년 만에 크게 늘었다. 고용창출기업 특례보증의 경우 2021년 3.0%, 2022년 3.3%였던 부실률이 2023년 6.2%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청년 고용기업 특례보증 부실률은 2021년 2.8%, 2022년 3.6%에 이어 2023년 8.7%로 치솟았다. 사업 경험이 적은 창업기업 등을 주로 지원해 부실률이 높은 정책 보증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큰 폭의 상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저신용기업의 유입 및 기준금리 인상 등이 부실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관련 상품의 보증 규모가 적은 만큼 일부 고액 부실 발생 시 부실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산출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유 의원은 “유행처럼 번진 ESG사업이 내실은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전락할까 우려된다”며 “신용보증기금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운영 중인 다른 사업의 추진상황도 함께 점검해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