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동메달 2개 수확

韓 메달 종목 가세한 ‘쿠라시’…우즈벡 전통무술 [항저우AG]
권재덕 크라쉬 국가대표 선수[대한체육회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름도 생소한 스포츠인 ‘쿠라시’(Kurash)가 한국의 아시안게임 메달 종목으로 가세했다.

30일 중국 항저우의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쿠라시 경기에서 한국은 2개의 동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66㎏ 이하급에 출전한 권재덕(30)과 남자 90㎏ 초과급에 나선 정준용(24)이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 쿠라시에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안겼다.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무술인 쿠라시는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이란 등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주로 하는 종목이다.

기술과 경기 방식 등이 유도와 비슷한 점이 많은데, 하체를 공격하면 안 되는 게 차이점이다. 대신 상체를 잡는 방식에 제한이 거의 없어 화려하게 메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우즈베키스탄어로 ‘정당한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지닌 ‘쿠라시’는 종목의 명칭이자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데, 곳곳에서 다양한 표기로 등장한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엔 ‘쿠라시’로 나와 있으나 국내 경기단체 이름은 ‘대한크라쉬연맹’으로 등록돼 있고, ‘쿠라쉬’, ‘크라시’ 등의 버전도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선 아직 역사가 길지 않고 생소한 종목이다.

이날 동메달을 딴 정준용은 “유도 같기도, 씨름 같기도 한 종목이다. 두 종목을 합했다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다”면서 “쿠라시에선 띠를 계속 잡을 수 있는데, 보실 기회가 있다면 이런 부분을 눈여겨보시면 좋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경기단체가 설립되고 최초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선보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땐 2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해 모두 첫 경기에서 탈락했으나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도 내는 등 성장해왔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권재덕과 정준용을 포함해 총 7명인데, 현재 국내에서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가 10여명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은 유도에서 전향한 케이스다.

권재덕은 유도로 실업팀 선수 생활까지 하다가 쿠라시를 한 지 2년 정도가 됐고, 정준용은 고교 유도 코치 활동과 쿠라시 선수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권재덕은 “그라운드 기술을 빼고는 유도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많은 분이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접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면서 “한 번씩 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첫 메달에 대해선 “(우즈베키스탄 선수에게 패한) 준결승전에서 제 생각보다 상대에게 점수가 크게 주어진 것 같아서 아쉬움도 남지만, 앞선 경기들에서 이길 때마다 운동을 열심히 해 온 덕분에 이겼다는 성취감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권재덕은 “이렇게 큰 대회는 처음인데, 한 번 해보니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다음 아시안게임도 몸만 괜찮다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대회 직전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딛고 메달을 목에 건 정준용도 다음 아시안게임에선 메달 색깔을 바꿔보겠다는 각오다.

그는 “운동을 하며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첫 출전에 메달을 한번 따보자는 목표로 여기까지 왔다. 최선을 다한 만큼 메달을 가져갈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아직은 소수 인원이 하고 있지만, 아시안게임 메달을 통해 알려져 한국 쿠라시가 계속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