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80년 5월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을 주도했다가 옥중에서 숨진 고(故) 박관현 열사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최규연 부장판사)는 박 열사 유족 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1980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던 박 열사는 반독재·민주화 투쟁 등 학내외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수배를 피해 1년여간 서울 등지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1982년 4월 5일 체포돼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수감 중 5·18 진상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40여일간 옥중 단식투쟁을 벌이다 같은 해 10월 12일 2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박 열사의 유족은 지난해 11월 국가에 17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해보상을 받은 이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법 조항에 위헌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1990년 8월 개정된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 보상법)은 유공자 등이 보상금 지급에 동의한 경우 ‘재판상 화해’ 효력이 있다고 명시해 국가를 상대로 더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5·18 보상법 조항에 ‘보상금을 산정할 때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