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와 ‘화장식’서 이별했다…숨진 보육원 출신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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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자립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이 어린시절 그를 보육원에 보냈던 부모와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이별을 가졌다.

24일 광주 북구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광산구 한 대학교 건물 뒤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A군(18)의 장례가 24일 마무리됐다. 북구는 보호시설에 등록돼 있는 A군의 장례절차를 지원하기로 하고 가족을 수소문 했다.

북구 담당자들의 연락을 받은 A군의 부모는 A군의 마지막 길인 화장식과 천주교식 미사 등에 참석했다. 가정불화 등의 문제로 어릴적부터 시설에 맡겨진 A군은 경기지역 등 3~4곳의 보호시설을 전전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광주로 온 A군은 지난 2020년부터 북구의 한 보육시설에서 생활했다.

그동한 보호아동은 18세가 되면 자립 수준과 무관하게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해야 했지만 지난달부터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따라 보호아동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최대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18세가 된 A군 역시 스스로 ‘만 24세까지 기존 시설에 계속 머무르겠다’고 신청했다.

A군은 지난 21일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교내 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했고 A군이 지난 18일 오후 스스로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A군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는데”라는 글이 적힌 쪽지를 남겼다. 마지막까지 삶의 고뇌의 흔적을 보였다. 살아서 만나지 못한 부모를 ‘화장식’서 만난 A군은 18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A군이 성인이 돼 복지관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고 주변에 말했다며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