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외교부가 일본 전범 기업 재산 강제 매각과 관련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피해자 지원단체는 “사실상 재판부 판결을 보류해달라는 주문이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18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제공한 외교부 의견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5월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조속히 모색하기 위해 각급에서 긴밀한 외교협의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의견서에 적었다.
특히 “지난달 개최된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원고 측 입장을 포함하여 민관협의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을 일본 측에 충실히 전달하면서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특허권 특별현금화명령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조속히 모색하기 위해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주시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주문했다.
하지만 시민모임은 “일본 태도 변화에 대한 구체적 근거도 없이 정부가 외교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일방적 기대감에 근거해 작성된 의견서이다”며 “일본은 근로정신대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에게 후생 연금 탈퇴 수당 931원을 송금하고, 총리와 정부 주요 관료들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 피해국을 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교부가 특정 사건에 의견서를 내 재판에 개입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권리 실현이 임박해진 상황에서 재판절차를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의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 명령 사건 재항고심을 심리 중인 대법원 민사 3부는 사건 접수 4개월이 되는 오는 19일 전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이 기존의 결정을 유지하면 현금화가 사실상 이행된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 명령 사건 재항고심을 심리 중인 대법원 민사2부와 3부에 각각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쓰비시 중공업도 지난달 20일과 29일 대법원에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해결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이 사건의 최종적인 판단을 보류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재항고 이유 보충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