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한국에서 총기로 인한 사망은 물건 사이에 끼어 죽을 확률과 비슷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만큼이나 흔하다.
미국에서 한해 총기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플로리다주 올랜도는 총기 규제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사건 이후 총기 규제가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총기 제조사의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 유독 많은 총기 사망=지난해 12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4년 총기로 인한 사망자수가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같아졌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총기 사망자수가 유독 많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국제무기조사기관 ‘스몰 암스 서베이’에 따르면 2007~2012년 미국에서 한해 100만명당 31명꼴로 총기에 의해 사망했다. 이는 100만명당 31.2명인 자동차사고와 비슷하다.
반면 일본에서 총기에 의한 사망은 100만명당 0.1명꼴로, 벼락 맞아 죽을 확률과 같다. 한국에서는 총기에 의한 사망이 100만명당 0.4명꼴로, 물건 사이에 끼어 죽을 확률과 비슷하다.
독일에서는 100만명당 2명이 총기에 의해 사망했는데, 이는 떨어지는 물건에 맞아 죽을 확률과 같다. 영국은 100만명당 1명이 총기에 의해 사망했는데, 이는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는 것만큼 드물다.
프랑스에서는 저체온증 사망, 오스트리아에서는 수영장에서 익사, 스페인에서는 햇볕 과다노출에 의한 사망, 아이슬란드에서는 감전사할 확률이 각각 총에 맞아 죽을 확률과 같았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로 13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한해 프랑스에서 총기로 인해 사망한 사람 숫자와 거의 비슷하다. 프랑스에서 매달 이같은 사고가 일어나도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죽는 사람 비율보다는 적다.
미국에서 15~29세 남자 사망 원인 중 3번째가 총기 사고다. 1위는 자동차 사고, 2위가 자살이다.
물론 아프리카나 중동이 미국보다 총기 사망 비율이 높다.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는 100만명당 122명이 총기에 의해 죽는다. 멕시코에서는 췌장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총에 맞아 죽을 확률과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소득 수준의 선진국에서는 총기로 인한 사망은 매우 보기 드물다고 NYT는 강조했다.
▶플로리다주, 총기 규제 허술=이번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오마르 마틴은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두차례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마틴의 전부인은 “마틴은 정신적으로 불안했다”고 밝혔다. 마틴의 직장 동료 역시 “마틴이 항상 살인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마틴은 아무 문제없이 총기를 구입했다.
이에대해 CNN머니는 플로리다주가 총을 사기 쉬운 곳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FBI의 신원조회만 통과하면 마틴이 사용한 AR-15소총을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총기 사건에 AR-15는 빠지지 않고 등장해 ‘대량살상무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앞서 마틴은 테러 선동 발언으로 두차례 FBI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마틴은 이번에 총을 구입할 때 FBI 신원조회를 통과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에서는 FBI 신원조회뿐만아니라 주차원의 엄격한 신원조회를 거친다.
또 플로리다주에서는 탄환 용량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반면 뉴욕주, 코네티컷주, 매사추세츠주는 탄환 수를 10발로 제한한다. 뉴저지주는 15발이다.
플로리다주가 AR-15 소총을 사는 사람에게 가하는 유일한 제재는 반자동식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완전 자동소총은 살 수 없다. 또 화기 소지자의 오픈 캐리(총을 남에게 보이도록 휴대하는 것)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그나마 엄격한 규제다.
NYT는 “2013년 워싱턴 해군기지에서 수십명에게 총기를 난사한 애런 알렉시스도 이전에 ‘환청이 들린다, 사람들이 따라온다, 전자레인지로 나를 괴롭힌다’고 말해 경찰이 조사한 적 있다”며 “하지만 그는 경찰 조사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총을 구입했는데, 이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총기 회사 주가 상승=총기로 인해 50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번 사건 이후 미국 총기 회사들의 주가는 올랐다. 13일 총기 제작사 스미스 앤드 웨슨의 주가는 6.9%, 스터름 러거는 8.5% 상승했다.
이는 대형 총기 참사 이후 자신을 보호하려는 미국인들의 총기 구매가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또 총기 규제론이 불거짐에 따라 당분간 총기 구매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 사건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구매자와 판매자의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자, 올해 1월 총기 구매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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