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권단 “한진해운 자금 마련 못하면 법정관리” 초강수
-한진해운 입장 추가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한진해운이 지난 4월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전에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장 용선료 낼 자금도 없어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과 배치되는 행동으로, 정부와 채권단이 자율협약 기간중 한진해운이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으로도 해석된다.
14일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시점 기준 한달 보름전부터 3회차에 걸쳐 회사채를 상환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한달반에 걸쳐 갚은 돈만 30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측은 “지난 4월 2일 갚은 공모사채 1986억원 가운데 256억원은 상환했고, 외화사채 1억 5000만불은 연장했다”며 “총 상환액은 1000억원대”라고 밝혔다. 1000억원대의 회사채를 상환한건 맞지만 3000억원 규모까진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바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는 올해 초부터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의 컨테이너 선주인 시스팬은 한진해운이 지난 3개월간 용선료 136억여원을 연체했다고 폭로했다. 그리스선사 나비오스도 연체 용선료를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진해운의 벌크선을 3일간 억류했다. 해운업계에선 용선료 연체는 흔치 않은 일로, 올해초부터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지난 3월부터 자율협약 신청 직전까지 거액의 회사채를 상환하며 외부에 재무건전성을 보여줬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정도로 돈이 부족했으면 올해 초쯤 자율협약에 돌입했어야 하는데, 끝까지 버티다가 뒤늦게 들어와 운영자금을 달라고 손내미는 격”이라고 말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진해운의 부실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자율협약 신청 당시 채권단으로부터 퇴짜를 맞은것도 운영자금에 대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자율협약 신청 전 거액의 회사채를 상환한건 기업 입장에선 당연하지만, 채권단 입장에선 다른 해석이 가능한 사안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건 구조조정의 원칙이다. 현대상선은 자율협약 기간을 현대증권 등 자산 매각으로 운영 자금을 마련해 버텨왔는데, 한진해운이라고 이와 다른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소한의 운영 자금은 (채권단과)협상할 사안이 아니라 현대상선처럼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 알아서 버텨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 한진해운이 2017년까지 부족한 자금은 1조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에 부족한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지난 8일 조양호 회장은 4000억원은 한진그룹이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 나머지는 채권단에 지원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이를 채권단은 단칼에 거절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13일 한진해운이 당장 운영자금을 조달 못하면 법정관리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또 양대 해운사의 합병 카드를 공식 첫 거론하며 한진해운을 압박했다. 임 위원장은 “이것(경영정상화)이 되면 산업 전체 차원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을) 합병할지 경쟁 체제를 유지할지 검토하겠다”며 양대 해운사의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한 합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진해운이 운영자금을 마련 못하면 법정관리로 가고, 그렇게 되면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채권단 자율협약을 이행중인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자산 등을 흡수하는 형태의 흡수 합병안까지 거론된다.
문제는 한진 측이 1조원의 자금 조달할 여력이 있느냐다. 대한항공도 채권단의 자금 지원 요구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1조원을 지원했다가 자칫 대한항공으로 자금난이 옮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분기말 931%에 달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미 2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고 지난 4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과 동반부실을 우려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이라며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면 대한항공도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사재출연을 비롯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마련 등을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