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영국 본사에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보고한 정황 속속 드러나
-거라브 제인 전 옥시 대표 소환 거부…국제 공조 수사 필요성 커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 개입 여부를 본격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영국 본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을 알고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옥시 측은 2011년 11월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을 보고 받았다. 그해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정하자 옥시 측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와 호서대에 실험을 의뢰했고, 실험결과 독성이 확인됐다.
당시 서울대가 진행한 실험에서 임신한 쥐 15마리에 살균제 성분을 투여하자 새끼 13마리가 죽거나 기형을 보였다. 이 결과가 당시 옥시 한국 대표였던 거라브 제인(47·인도)은 물론 영국 본사와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임원들에게 보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당시 해외 임원들의 방안이 본사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듬해 4월 서울대 측이 옥시에 전달한 최종 연구 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흡입 독성실험 결과 인체에 해가 없고, 피해자의 폐 질환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 본사가 특정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옥시 측이 실험을 담당한 서울대 조모(56) 교수에게 12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 의혹은 더 커진다. 조 교수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이런 정황에 따라 거라브 제인 옥시 전 대표는 물론 직책, 업무 성격 등을 따져 본사와 연관성이 큰 인사 2∼3명을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의 칼날이 영국 본사를 향하고 있지만, 수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전 대표 등의 소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인 전 대표는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출석 요구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다른 외국인 임직원 소환도 성사가 안되거나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본사측은 검찰의 수사 요구에 대해 “개인의 일”이라며 “출석 강요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검찰은 이번 주 내 존리(48) 전 옥시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옥시 외국인 대표를 사법 처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맡았던 3명의 옥시 전 CEO 중 신현우 전 대표는 구속됐고, 그 뒤를 이었던 존리 전 대표는 구속 위기에 처했다. 존 리 전 대표 뒤를 이어 2011년부터 2년간 옥시 대표를 맡은 제인 전 대표는 현재 옥시 아시아담당 대표를 맡고 있는데 검찰의 소환을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jumpcu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