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도로 친박당’이냐 ‘타협없는 계파청산’이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기로에 섰다. 당내 주류인 ‘친박’(親박근혜계)과 비주류인 ‘비박’(非박근혜계) 대결 사이에서 우회로는 봉쇄된 형국이다. 사면초가다. 친박은 ‘혁신’이 없고, 비박은 ‘구심점’이 없고, 양 계파 사이에서 당쇄신을 추진해야 하는 정 원내대표에게는 ‘지지세력’이 없다. 새누리당의 내홍 사태가 갈수록 꼬이는 이유다.
정 원내대표의 혁신위원회ㆍ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전국위원회 파행으로 무산된 후 당 중진들은 정 원내대표를 만나 ‘혁신형 비대위’로 의견을 모았다. 수습책은 정 원내대표에 일임하기로 했다. 이후 정 원내대표의 발언을 종합하면 애초 자신이 겸임하기로 했던 비대위원장에 외부 인사 영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적임자를 찾기가 마땅하지 않다.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자신이 맡기로 하고 혁신위원장에 김용태 의원을 선임한 것에는 당쇄신을 지휘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정 원내대표는 당수습책과 인선 구성을 위해 일단 ‘장고’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느 편이 되든 친박과 비박 양 계파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가 당 중진과의 연석회의에서 재신임을 받았지만 그와 두 계파 사이에는 신뢰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일단 친박계는 자신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원내 사령탑에 오른 정진석 원내대표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혁신형 비대위’도 사실상 당쇄신책 마련에 정 원내대표가 손을 떼라는 메시지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비박계에서는 정 원내대표의 ‘의견수렴’이 친박계의 당권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친박에 빚진 게 없다”고 했고, 중진들을 향해서는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지 못할 이유가 뭐냐”고도 했다. 친박과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일부 비박계가 반란표를 던진 ‘상임위 청문회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자체를 터부시할 아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중진들의 ‘혁신형 비대위안’도 적극 받아안는 모습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 내홍을 뒤로 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행사 참석차 경남 김해 봉하로 향했다. 그의 고심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오는 25일 열기로 했던 당선자-당협 위원장 연석 총회도 연기됐다. 정 원내대표의 ‘장고’가 친박과의 논의에서 협상력을 키우고 명분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친박계는 122명의 20대 국회 당선자 중 80명 전후인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현재의 친박 중심 권력구도가 그대로 이어지길 원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총선 참패의 친박 책임자들의 2선 후퇴와 계파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구심점이 없어 혁신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혁신의 의지와 콘텐츠가 없는 친박과, 구심점이 없는 비박 사이에서 새누리당의 계파 분열사태 향방은 정 원내대표의 결단과 리더십에 달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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