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는 대부분 정치권 낙하산 인사·금융목표 등 정권이 좌지우지 정책 엇박자땐 감독권 발동 압박

해운ㆍ조선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그간 대우조선해양등을 떠안고 대출ㆍ관리해오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지적하는 말들이 많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떠안은 조선·해운업종 부실기업 위험노출액(대출ㆍ보증ㆍ회사채 포함)은 21조원을 넘어선다. 산업은행이 8조3800억원, 수출입은행은 12조9000억원에 육박해 내달까지 정부와 한국은행의 자금 확충이 없이는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책은행들 역시 할 말은 남아 있다. 정권 차원에서 지시하는 방향대로 잘 따른 죄밖에 없는데 책임만 뒤집어쓰게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책은행들은 인사ㆍ금융의 목표ㆍ조직 및 기업인수까지 정권이 시키는 대로 좌지우지 되면서 일관성을 잃어온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책은행들이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게 된 것은 낙하산 인사들이 계속 내려온 것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1954년 설립된 이래 은행장에 내부출신이 임명된 것은 단 세 차례 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정권차원에서 내려보낸 인사들이 총수를 맡았다. 현재 산업은행 회장인 이동걸 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이사로 있는 영남대 교수로 있으면서 박 후보자에 대한 금융인 지지선언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임명됐던 홍기택 중앙대 교수 역시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힘찬경제추진단’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에서도 일한 바 있다. 그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제가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가 없다”며 스스로 낙하산임을 인정했다. 홍 전 회장은 2013년과 2015년에 산업은행에 각각 순손실 1조4474억원, 1조8951억원을 안겼다. 특히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데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 회장을 맡았던 강만수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낸 직후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강 회장의 전임자인 민유성 회장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역시 박근혜 대통령과 대학 동문으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기상 금융노조 대변인은 “낙하산 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크게 늘었고 박근혜 정부는 이를 근절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권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는 목표들도 문제다. 이명박 정부시절 국책은행들은 ‘녹색금융’을 야심차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기술금융’으로 코드를 전환하면서 녹색금융도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도 김대중 정부의 벤처 육성책과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등 정권 코드에 맞춰 금융정책이 재단됐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조직도 정권의 변덕에 따라 왔다갔다 하며 일관성을 해치고 있다. 지난 2009년 산업은행은 산은금융지주로 새 출발을 하면서 국가 정책수행을 위한 기능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시켜 출범했다.

산업은행을 민영화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2013년 8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다시 통합의 길을 걸었다. 4년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분리됐다 다시 돌아간 셈이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국책은행의 부실화는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여기에는 기업의 문제도 있지만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이 부실업종에 대해 자금을 회수하는 동안에도 국책은행이 계속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 배경에는 낙하산 인사임명, 감독권 발동 등을 통한 정부의 압박탓이었다는 것이다.

김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