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신용카드 소액결제 강제해선 안돼”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신용카드 시장은 카드사, 가맹점, 밴사, 회원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생태계다. 어느 한 당사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지양하고 구성원 간 균형을 고려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

“정부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 직접 규제 방식보다는 시장의 원칙을 설정해 간접적으로 시장의 불공정성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

학계가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이 빠져 있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올해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가 연간 6700억원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지자 정부가 근시안적 카드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춘계세미나를 열고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가맹점수수료 개입에 대해 “중소가맹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입방법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소득세법은 소비자 대상 사업자들이 카드 가맹점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사실상 모든 카드사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카드사에 대한 협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007년 가맹점수수료 원가산정 표준안을 만들어 영세ㆍ중소가맹점 대상 수수료를 인하했다. 2013년엔 신가맹점수수료 체계를 도입해 올해부터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0.8%까지 낮췄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수수료가 높다고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산정과정이 불합리할 때 개입하는 추세”라면서 “정부가 직접 수수료를 인하할 것이 아니라 가맹점의 협상력을 키워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현재 카드사, 가맹점, 밴사 등 ‘3당사자’ 체계를 ‘4당사자’로 변경해 가맹점이 저렴한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전표매입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박사는 “지금까지 신용카드 수수료 정책은 선거에 큰 영향을 받았다”면서 “가맹점들이 협상단체를 구성하기 어렵게 만든 법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용카드 소액결제 의무를 강제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1항에 따르면 가맹점은 소액결제라고 해서 신용카드 수납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1만원 이하 소액결제가 전체 신용카드 결제의 40%까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이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영세가맹점에서 1만원을 결제할 때 카드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80원(수수료율 0.8%)인데 밴사에는 약 120원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 40원 가까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소액결제시 신용카드 수납의무 강제에 따른 높은 결제처리 비용으로 중소가맹점과 신용카드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서 “의무수납 여부를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용카드 소액결제시 발생하는 비용은 현금 사용 소비자도 부담하는 구조”라면서 “신용카드를 소지할 수 없는 저신용자들은 이런 혜택에서 제외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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