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국내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지 20일로 1년을 맞는다. 우리 방역당국이 초기대응을 부실하게 하는 바람에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메르스 최초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이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사망자다.
방역당국은 메르스 사태 이후 부랴부랴 신종 감염병 차단을 위한 방역망 갖추기 들어갔다. 질병관리본부의 위상을 강화해 신종감염병예방의 ‘콘트롤타워’로 삼고 24시간 긴급상황실(EOC)이 신설됐으며 역학조사관의 수를 크게 늘리도록 법을 개정했다. 음압 격리병상 같은 인프라를 확대하고 메르스의 숙주가 됐던 ‘응급실’의 시설·관리 기준도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최근 지카바이러스 감염환자를 첫 병원에서 발견하지 못했고, 메르스 의심환자가 거리를 활보하는 등 방역망은 곳곳에 허점을 노출했다.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지난 3월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의 첫 한국인 환자는 신고 지침상의 증상이 애매한 탓에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을 당시 걸러지지 못했으며 해당 병원의 시스템 문제로 위험지역 여행이력 안내시스템도 가동되지 않았다. 여행이력 안내시스템은 지난달 2번째 환자 발생 당시에도 제 역할을 못했다. 이 환자가 방문한 필리핀이 ‘산발적 발생국가’라는 이유로 적용 국가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중동에서 온 메르스 의심환자가 병원에서 벗어나 8시간 동안 당국의통제를 벗어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UAE 국적의 여성 M(22)씨는 발열과 함께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해 ‘메르스 의심환자’가 됐지만 임의로 숙소로 돌아가 버렸고, 격리조치 때까지 8시간 가까이 걸렸다. 다행히 M씨가 음성 판정을 받아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자칫 초기격리 조치가 되지않아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작년의 메르스 사태가 반복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위험지역 여행이력 안내 시스템을 개선해 전국의 병원을 상대로 시스템 점검작업을 벌이고 필리핀과 베트남을 대상 국가에 넣었다. 지난 7일 나온 4번째 지카 바이러스 환자의 경우 시스템을 개선한 덕에 베트남 방문이력을 의료기관이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의료기관의 신고지침도 구체화해 시스템이 더 명확하게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그간 진행된 병원시설 개선, 정부 조직 개편만으로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신종감염병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염병예방법 개정, 인력 양성 등과 같은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며 애초에 감염병 유입을 차단하는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거시적 접근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김윤 서울대병원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봐야 하는데 우리나라 감염병예방법은 아직도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전염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메르스사태 이후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논의는 정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 1년간 모집 정원(89명)의 충원에 실패한 역학조사관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예방, 정책, 병원 안팎의 통계분석을 담당하는 역학전문가를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며 “트레이닝에만 최소 3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한데 최대 계약 연장이 10년밖에 안 되는 자리에 누가 오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로 높아졌던 한국식 병문안 문화,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로 인한 감염 위험에 대한 경각심마저도 점차 잊히고 있다는 지적도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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