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학교전담 경찰관들 동반여행 통해 새 꿈 키워 “말은 투박해도 하나같이 순수”
“형, 그런데 경찰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스스로를 ‘노답인생(이번 인생에는 답이 없다는 뜻의 신조어)’ 이라고 말한 영주(가명ㆍ18)가 물었다. 영주는 고등학교를 때려치운지(?) 1년이 돼 가는 ‘학교 밖 청소년’이다. 영주는 그동안 아르바이트와 게임, 싸움질을 반복했다.
영주를 담당하는 경찰서 SPO(학교전담경찰관ㆍSchool Police Officer) 신모(30) 경사는 경찰 시험 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 알려줬다. 학교밖청소년지원에관한법률 시행 1년을 앞두고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추진한 2박3일 ‘학교 밖 청소년-SPO 동반여행’에서 벌어진 일이다.
영주는 중학교까지 유도를 했다. 4단까지 올랐다. 서울시 지역구 대회에서 금메달도 땄다. 공부도 곧잘했다. 상위 20%에 들었다. 체육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 손길이 들어왔다. 비용이 문제였다. 학비는 면제해 준다고 하더라도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합숙비, 간식비 등 잡비가 부담됐다. 결국 부모님은 영주를 집 근처 공립고에 보냈다.
영주는 마음 잡고 공부를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돈을 이유로 꿈을 막았다며 부모를 원망했다. 학교에선 곧잘 싸움을 벌였다. 가출을 반복했다.
영주는 초등학교 동창 환대(가명ㆍ18), 정수(가명ㆍ18), 민우(가명ㆍ18)와 어울려 다녔다. 환대도 운동을 했다. 태권도 청소년 국가대표에 뽑히기도 했다. 태릉까지 갔다왔다. 환대는 합숙 생활에서 감독, 코치, 선배한테 두들겨 맞다가 나왔다. 정수도, 민우도 동네에서 한가닥씩 했다. 그렇게 4인조는 동네를 주름잡았다.
대신 4인조는 학교보다 경찰서에 가까워졌다. 동네 마트에서 술, 담배를 훔치다 잡힐 때도 있었다. 옆동네로 원정 싸움을 가서 붙잡힌 때도 있었다. 가출팸에서 만난 여자 문제도 얽혀 있었다. 학교를 하나 둘 그만뒀다.
“처음 애들 만났을 때요? 말도 못하죠. 남자애들 지나가면 욕하고, 여자애들한텐 야한 말하고 시비걸고, 여기 데리고 오기도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SPO 신 경사의 말이다. 그는 “제가 알기로 다른 분들은 애들 데리고 전날 밤에 같이 찜질방이나 모텔, 아니면 자기 집에서 재우고 오신 경우도 있어요”라고 했다.
경찰관들 손에 억지로 이끌려 온 티를 팍팍 내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며 밝아졌다. 전주 한옥마을을 걷고, 레일바이크 밟고, 트래킹을 했다. 4인조는 어느 순간 담당 SPO들을 따라 다녔다.
운동신경에 자신 있던 아이들은 간식을 사달라며 탁구와 팔씨름을 제안했다. 직업군인 출신 오른손잡이 SPO는 탁구채를 왼손으로 잡고도 게임을 평정했다. 체대 출신으로 팔씨름에 나선 SPO는 아이의 팔목을 잡고 꺾어버렸다. 직업군인과 체대, 경찰관은 어느순간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SPO 오모 (33) 경사는 말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다들 순수해요. 어른들 잘못이죠. 주변에서 제대로 보살펴준 사람도 없고. 그런 애들이 이제는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했어요. 그걸 보는 우리도 기분이 묘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SPO들한테 더 힐링이 됐던 여행 같아요. 앞으로 일할 맛 나겠네요.”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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