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주의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해소되기 위해선 결국 노사 양측이 공감할 만한 정교한 평가툴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아직 이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정한 평가지침이 없다면 결국 저성과자에 대한 퇴출로 정책이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만큼, 양측이 공감하는 평가지침 마련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을 낳는 주된 요소는 성과주의가 내용 보다 도입이라는 속도에 맞춰져 있다는 점으로 요약되고 있다. 정부가 6월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에 페널티를 주겠다고 밝히면서 성과연봉제가 내용보다 ‘도입’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며 노사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는 것. 정부가 금융개혁의 주된 과제로 성과주의를 지목하고, 금융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시중은행들에 대해서도 도입을 서두르다 보니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특히 개인성과를 평가할 명확한 평가기준이 없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성과주의 확산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을 강행하는 걸 문제삼는 것”이라면서 “각종 부작용이 눈에 보이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설명도 없이 밀어부치고 있어 노조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3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의 주요쟁점과 과제’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직원 및 공공기관의 성과향상 유인책인 성과연봉제가 도입·정착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시스템 구축과 함께 직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깜깜이’ 기준은 민간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17개 은행을 포함해 27개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와 성과연봉제 평가기준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했지만 금융노조의 거부로 구성조차 못했다.

개별 은행별로 개인성과 측정을 위한 기준을 강구하고 있지만공정성 시비와 노조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과연봉제가 성과를 내려면 직원간 차등을 만드는 과정이 직원들에게 납득 가능해야 한다”며 “평가지표를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노동자들과 먼저 논의해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노조의 우려는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을 공정하게 만들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가방법 마련에 노동조합을 참여시킨다든지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합의가 아닌 강행이라는 점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압도적인 반대가 나왔음에도 이사회 의결, 동의서 징구 등의 방식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조의 반발은 물론, 향후 효력에 대한 법적분쟁 가능성도 커 노사 간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는데, 산하 공기업으로서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 없지 않냐”며 “정작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인 금융당국과 금융노조는 빠진 상태에서, 결정권도 지니지 않은 금융공기업 사용자측만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든 도입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과연봉제를 합리화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서로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상호 주관적 평가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자율적인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무늬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보여주기 식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