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유출. 수십년 동안 한국 과학 기술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국내 우수 학생들은 대부분 해외 명문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유학을 가고,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뒤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미국에 남아 미국 시민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심각한 두뇌 유출 문제에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전문연구요원제도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같은 과학기술 중심 대학에서 석ㆍ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연구 활동을 하면 병역을 이행하는 것으로 인정해 주는, 1973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KAIST를 설립하면서 도입한 제도다.
이공계를 지망하고자 하는 우수한 인재는 보통 두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학부 시절 병역을 마치고 해외 유학을 가거나, 국내에서 대학원을 하면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를 하는 것이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2년이라는 시간을 단축시켜주고 학문 경력의 단절을 막았다. 많은 인재가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통해 국내 대학원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효과적인 유인책이었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의 경우 2019년부터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인구 수가 감소해 병역자원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국방부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25만명에 달하는 현역 입영자 수를 고작 1000명 더 늘린다고 얻는 병역자원 증가 효과보다 제도 폐지에 따른 두뇌 유출과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라는 손실이 더 크다.
제도가 설립된 1970년대에도 현역 복무 인원이 충분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북한과 대적하면서 동시에 베트남전에 수많은 장병을 파병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북한과 전쟁 직전까지 갔던 상황에서도,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지속됐다. 미래 국가경쟁력을 위한 투자였다. 안보가 취약했던 40여 년 전에도 유지된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이제 열매를 내고 있는데, 그 뿌리를 뽑겠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미래를 갉아 먹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국방부가 발표한 폐지 방침 발표만으로 과학기술계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너무 크다. 자원 하나 없는, 믿을 것이라고는 과학기술 인재뿐인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인력을 이렇게 소홀히 대하는 정부의 방침에 큰 실망과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현대전에서 국방력은 병력 숫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 자원의 공정하고 효과적인 배분과 무기 현대화가 좌우한다. 핵무기 개발을 진행하는 과학기술자들을 평양으로 불러서 치하하는 북한 김정은의 모습과 두뇌 유출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우리나라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소식을동시에 접하니 과학기술 인력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가 비교된다.
2016년 현재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방침은 수십년간 자리잡은, 두뇌 유출을 막는 제도를 흔들어 놓는 것이다. 미래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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