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연공서열형 직급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뤄진 5단계 직급체계를 ‘사원-선임-책임-수석’의 4단계로 축소했다.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27년 동안 유지한 직위체제를 변경해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직위를 ‘선임(사원ㆍ대리급)-책임(과장ㆍ차장급)-수석(부장)’의 3단계로 단순화시켰다. 대기업의 이 같은 직급체계의 변화는 의사결정의 시간을 줄이고 팀원간 수평적 관계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새로운 직급의 변화는 책임감도 향상시키고 업무 효율화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업별 직급체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솔직히 그것은 직급이라는 자부심보다는 사회적 역할에 갈증을 느끼며 끼워 넣은 동네감투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매니저 제도는 다음의 문제를 내포한다. 사원급도 매니저고, 과장급도 매니저다. HR 업무를 하는 사람도 매니저고, 세일즈를 하는 사람도 매니저다. 즉, 맡은 업무에 대한 업의 특성이 없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데 한계를 드러낸다.
세계 최고의 유원지를 운영하고 있는 디즈니랜드는 놀이공원 직원들을 ‘캐스트 멤버(cast members)’라고 부르고 엔지니어와 멀티미디어 전문가들을 ‘이매지니어스(imagineers)’라고 부른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식 체인인 서브웨이(subway)는 생산직 근로자들을 ‘샌드위치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리셉셔니스트를 ‘첫인상 관리자(directors of first impressions)’, PR 직원들을 ‘브랜드 전도사(brand evangelists)’라고 부른다.
이처럼 새롭게 탄생된 맞춤형 직함 덕분에 직원들은 맡은 역할에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개인별 맞춤형 직함은 외부 사람과 대화할 때도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상대나 고객이 특이한 직함에 대해 궁금해 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맞춤형 직함은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 런던경영대학원 댄 케이블(Dan Cable)교수는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재단인 메이크어위시(Make-a-wish Foundation)의 지부 직원들에게 공식적 직책 외에 재미난 직함을 만들도록 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참신하게 직함 덕분에 스스로 직업에 대한 더 큰 의미를 갖게 했고,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스트레스 수치 또한 낮았으며, 감정적 소진 정도도 덜 느꼈다. 무엇보다 본인이 더 쓸모있는 사람이라고 느꼈으며 자신의 직업에 대해 더 높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장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없앨 수 없다면 기존에 쓰던 직함 외에 각자 재미난 직함을 하나씩 더 만들게 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재무부장에 ‘금고지기’, 전염병 전문가는 ‘병원균 킬러’, X선 기술자는 ‘뼈 수색대’, 상담사는 ‘감동 전도사’처럼 말이다.
새로운 변화는 저항을 수반한다. 즉, 반대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장 큰 비용이 발생되는 것이 아니니 각자의 개성에 맞는 직함을 스스로 만들게 하고, 외부 고객에게도 덜 사무적이고 더 전략적으로 비춰진다면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