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환경부가 국내외 경유차에 대한 관리 및 규제를 강화한다. 질소산화물(NOx)을 포함해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지적받아 온 경유차 활성화 정책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환경부는 구형 엔진이 장착된 폭스바겐 경유차(디젤)에 이어 한국닛산 캐시카이 등 국내외 차종 19개 차종이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캐시카이가 실내인증기준(0.08g/㎞)의 20.8배, 르노삼성 QM3가 17.0배로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 현대 쏘나타, 기아 스포티지, 쌍용 티볼리 등 17개 차종도 실내 인증기준의 1.6~10.8배로 확인됐다. BMW 520d 1종만 실내 인증기준 이내인 0.9배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재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불법 조작한(임의설정) 캐시카이 외 임의설정이 확인되지 않은 차량은 판매정지, 리콜 등 법적조치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르노삼성 QM3와 나머지 17개 차종은 기존대로 판매가 가능하다. 더구나 실내인증기준이 아닌 실외 도로주행에서 질소산화물의 과다배출이 확인돼도 현행법상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환경부는 실내 인증기준과 실외 도로주행시험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차이를 줄이기 위해 내년 9월부터 중ㆍ소형차(3.5t 미만)에 실제 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도입할 방침이다. 대형차(3.5t 이상)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실제 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경유차가 실외 도로주행 시 배출가스가 많이 나와도 법적으로 판매정지나 리콜 등 조치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에 조사한 20차종 이외의 경유차도 수시검사 등 임의설정 여부를 지속 확인하는 등 경유차 관련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뒤늦게 경유차 관리ㆍ감독 강화에 나선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미세먼지 주범으로 알려진 경유차 활성화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립환경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미세먼지의 41%가 경유차에서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국내 경유차는 약 878만여대, 1년 새 68만여대가 늘어났고 전체 운행차량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연료 다변화 등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유차에 낮은 세금 혜택을 주고, 경유택시도 매년 1만대씩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통해 “배출가스 과다 배출이 확인됐는데도 경유차 비중이 오히려 커진 것은 정부가 꾸준히 경유차 활성화 정책을 펼쳐온 결과”라며 “정부는 기업의 눈치를 그만보고, 경유차 활성화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환경연합은 또 경유차 도심 운행을 제한하는 ‘경유차 운행 제한지역’ 도입을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경유차에 대한 규제를 보다 강화할 방침이지만 경유차 관련 세제나 경유택시 도입 등의 정책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