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티=김효태 칼럼니스트]「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불교 화엄종의 근본경전인 '화엄경' 내용 중에 있는 글귀이다. 해탈을 통해 도에 이른다는 이치로써, 필자의 얄팍한 지식과 이해력으로 해석해보자면 ‘눈앞에 작은 이익을 버려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당연한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을 겪다보면 그런 결정이 쉬운 일이 아니긴 하다.앞에 구절을 정치권의 일과 비유해 봐도 어렵지 않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승적인 성취 혹은 국가적인 이익이나 더 큰 승리를 위해서라면, 지금 눈앞에 있는 작은 권력이나 잠시의 승리를 버려야 하는데 막상 바로 앞에 있는 달콤함과 주변의 권유를 떨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비교한 김에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비추어 보겠다.현재의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청와대와 친박 세력은 이미 앞선 정권들을 통해 보았듯이 권력욕의 끝을 잘 알고 있을 것이지만, 자신들만은 다를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권력의 연장을 위해서 미련을 부둥켜안고 있다. 무리한 진박 마케팅과 여당 내 차기권력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 등 끝없는 욕심을 부렸다. 그렇게 나무에 달려있는 꽃을 끝내 버리지 않다가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그런데, 총선이 지난 지금도 여당 내의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 한다. 문제는 청와대와 친박은 현재의 권력이기 때문에 이들이 욕심을 부릴수록 국가와 민생은 계속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국가와 국민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아마도 끝내 그 욕심을 버릴 것 같지 않다. 국가 발전과 민생안전이라는 열매보다도 눈앞에 있는 권력의 꽃만 달아 놓으려 한다.이렇게 버리지 못해 더 큰 것을 얻지 못하는 세력이 여권에는 친박이 있다면 야권에서는 친노 세력이 비슷한 사례가 될 것이다. 패권주의와 계파주의에 의한 폐단의 극치를 보여주는 지금에 한국정치의 양대 세력이기 때문이다. 친노 세력의 대표 격인 문재인 전 대표의 얘기를 해보겠다.필자는 작년부터 누차 강조했지만 문 대표가 대권이라는 바다를 만나려면(열매를 맺으려면) 당권이라는 강물을 버려야(꽃을 버려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친노 진영의 공천권(꽃)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당대표 자리에 연연하였고 그 결과 자신의 부족한 정치력과 리더십 부재를 확인하며 호남민심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열매와 바다보다는 꽃과 강물에 연연한 것이다.문 대표는 천만다행으로 총선에 임박한 지난 1월에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만들어놓고 빠지게 된다. 그나마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헌데 문 대표와 친노는 자신들을 구해줬던 아직은 설익은 열매(김종인)를 다시 자신들만의 꽃(당권)을 위해서 버리려하고 있다. 열매가 익기도 전에 다시 꽃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버리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길들이기라도 하려하고 있다.?친노 측은 얼마든지 김종인 대표를 주무를 수 있다고?자신하는 듯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들이 필요할 땐 극찬까지 하며 이용해 먹다가도 속 좁은 권력욕이 다시 발동돼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친박이나 친노나 패권세력으로서의 한계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울타리 안에 작은 승리와 권력을 위해 더 큰 명분과 더 많은 승리를 버리고 있는 셈이다.다음은 앞선 사례들과 달리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은 경우를 들어보자.2015년 12월부터 금년 4월까지 안철수 대표는 과감하게 꽃과 강물을 버렸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 열매를 맺었고 바다를 만났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기 전에 안 대표의 주변에는 자기 자신의 공천과 원내입성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탈당을 만류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 대표는 측근들의 자기정치(꽃)와 새정치연합(강)을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을 내린다. 결국 정치인 안철수의 힘(열매)을 보여줬고 더 좋은 기회(바다)를 만나게 됐다.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시작을 해야겠지만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꽃과 보폭이 좁은 강물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다만, 예측이 불가한 넓은 바다에서 보이지 않는 위험이 기다리고 있으며 아직은 항해 준비가 완전하지 않다는 변수도 있다. 이과 출신인 안철수 대표가 갖고 있는 '융합'의 개념과 실물 정치에 필요한 '케미스트리(화학적 반응)'가 과연 맞아 떨어질 수 있을지, 그의 정치력과 리더십은 새로운 시험에 오른 것이다. 정치는 글로 배우고 산수 계산하듯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짧은 단어이지만 '정무'라는 단어의 의미는 수 십장의 원고지로도 채울 수 없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역학관계로 얽혀있는 일들을 뜻한다. 때론 '촉'과 '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해야 하는 최소한의 정무감각이 필요한 것이 정치이다. 선거와는 또 다른 것이다. 안철수 대표이든 문재인 전 대표이든 또 다른 정치인이든 과연 어느 정치 지도자가 ‘학습을 통해 얻은 능력’과 함께 ‘무리 없는 계산 실력으로 통찰된 지도력’을 보여주면서 ‘부족하지 않은 정무능력’을 갖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볼 일이다. 국민들 역시 내년 12월까지 이 점을 지켜보며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역시나 문제는 정치다.“선거 기획과 실행” 저자. 선거•정치 컨설턴트 김효태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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