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 나홍진 감독 인터뷰
“극한의 체험”. 영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42)의 말이다. “절대 답을 찾을 수 없는 극한의 혼돈을 직접 체험하도록 영화를 만들었죠.”
그만큼 ‘곡성’은 강렬하다. 러닝타임 두 시간 반 내내 관객들을 혼돈으로 몰아간다. 누가 나쁜 놈인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모르는 혼돈은 그대로 공포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곡성’이 그냥 심리극인 것도 아니다. 피가 흥건한 모습, 괴기스러운 행동을 하는 좀비,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르는 인물도 등장한다. 스릴러, 오컬트, 호러 장르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해도 좋다.
‘곡성’은 ‘추격자’(2007), ‘황해’(2010) 단 두 편으로 한국 영화계 요주의 인물이 된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영화 개봉 첫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으레 천재감독이란 수식어가 만들어내는 ‘어렵고 모호할 것 같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그는 뜻밖에도 명쾌하고 직설적이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와 같은 질문에 “그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라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곡성’은 나 감독이 “신을 원망하는 느낌”으로 만든 영화다. 나 감독은 스스로를 “야매 기독교인”이라고 말한다.
“장례식장 갈 일이 점점 많아지잖아요. 그러다가 전작에서 다뤘던 사건의 피해자를 생각하게 됐죠. 그분들께서는 왜 그런 피해를 당해야 했을까. 그런데 그 이유가 없는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이유를 못 찾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소멸하는데 이유가 없다는 게 되게 무섭게 느껴져서요. 그런 상황에서 저도 역시 신이 떠올랐죠. ‘왜 그랬느냐, 당신은 선하냐 악하냐, 실제 존재하기는 하느냐’라는 질문에서 영화가 시작된 거예요.”
‘곡성’은 작은 마을에서 계속해서 귀신에 씐 것 같은 사람이 일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추적하는 경찰 종구(곽도원)의 이야기다. 종구는 살인사건의 배후가 얼마 전 이사 온 외지인(쿠니무라 준)이라고 믿게 된다. 곧 딸 효진(김환희)도 귀신에 홀린 증상을 보인다. 용하다는 무당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을 해 보아도 딸의 상태는 악화되기만 한다. 나 감독은 종구가 딸을 살리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통해, 이 세상 피해자들의 남겨진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고 했다.
“당신이 가족을 사랑해서 혼신을 다해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진짜 징하게 봤다. 그 혼란 속에서 가장 올바른 판단을 하려고 갈등하는 모습도 봤다. 당신이 한 결정은 최선의 결정이고 움직임이었다. 응원한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불행은 세상에 남아 있지만, 신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계시다.”
나 감독의 전작과 ‘곡성’이 차별되는 지점은 코믹한 요소들이 첨가됐다는 점이다. “‘곡성’은 코미디 영화”라는, 한 인터뷰 속 나 감독의 말이 관객들의 원성(?)을 샀지만, 영화 속 코믹한 설정들은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 속에서 “완급조절을 위한 장치”였다. 나 감독은 “코미디적 요소가 있다는 말이었다”라며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것은 완전한 오해다”라고 못을 박았다.
영화의 결말은 나 감독이 7개월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다. ‘범인’은 명쾌하지만, ‘해설’은 자유로운 결말. “저는 정말 최선을 다해 고민했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모든 요소를 만족시키는 엔딩이라는 것을 틀림없이 확신해요.” 그는 자신했다. “관객이 제가 풀어놓은 그 의미를 분명히 찾아내 주실 것이라 믿어요. 설사 그게 제 견해와 다르더라도 저는 그 해석을 진심으로 지지합니다.”
이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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