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에 한 자리에 모인 광주의 푸른 눈 “박 대통령, ‘임을 위한 행진곡’ 명확한 입장 밝혀야”
-발포명령 지시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선 “지금 사과해도 소용없다”
[헤럴드경제(전남 담양)=헤럴드경제 장필수 기자ㆍ코리아헤럴드 여준석 기자]이들의 기억은 살아있었다. 36년 세월은 총 대신 펜으로 ‘오월의 광주’를 지켰던 청년의 머리에 서리를 내리게 했지만, ‘그날’의 기억까진 덮지 못했다.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전후로 대한민국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및 제창 여부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과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여러 논란 탓에 이들의 기억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광주민주화운동 보도의 주역인 브래들리 마틴(5ㆍ18 당시 더 볼티모어 선 도쿄지국장), 노만 소프(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팀 셔록(저널 오브 커머스 기자), 도널드 커크(시카고 트리뷴 기자)는 17일 담양 죽녹원에서 헤럴드경제ㆍ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논란을 종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틴은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노래가 북한과 관련된 노래가 아니라 광주에서 희생된 시민들을 위한 노래라고 설명해주면 끝나는 문제”라며 “그가 이렇게 말하지 못하고 왜 주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팀 셔록은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 사례를 들어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조언했다. 존슨 대통령은 흑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60년대 흑인 인권운동을 상징했던 노래 ‘We shall overcome’을 언급했고 이 모습 자체가 자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반대 세력의 반발을 뿌리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는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5ㆍ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박 대통령을 의식한 듯 “5ㆍ18 기념식을 놓고 일어나는 국론분열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계엄군에게 발포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는 뜻을 시사한 보도를 접하자 얼굴이 붉어지며 날선 반응을 쏟아냈다. 셔록은 “그는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범죄자인데 어떻게 부인할 수 있나”라며 “계엄군은 광주 시민들을 향해 며칠간 무차별 사격을 퍼부었는데 전두환은 지금껏 진압에 개입된 현장 지휘관을 포함한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전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도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도널드 커크는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지금에서야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고 설사 사과한다고 하더라도 광주시민들의 마음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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