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어깨엔 돌돌 말린 돗자리, 한 손엔 도시락, 팔목엔 분홍색 팔찌를 둘렀다. 설레는 맘으로 잡은 친구의 손, 혹은 연인의 손 위로 27도 일기예보가 들어 맞은 하늘이 구름 한점도 없이 맑았다. 영락없는 봄이었다.
14일 오후 12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뷰티풀 민트 라이프(Beautiful Mint Life) 2016(이하 ’뷰민라‘)’가 열렸다. ‘뷰민라’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봄 버전인 음악 페스티벌로 올해 7회째를 맞았다. 이날 행사에는 브로콜리너마저, 페퍼톤스, 로이킴, 노리플라이, 제이레빗, 옥상달빛 등 총 19명의 아티스트의 무대가 준비됐다.
“미리 가방을 열어주세요” 진행요원들의 요청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방의 내용물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쭈뼛쭈뼛하던 한 여성은 결국 편의점에서 사온 일회용 음식을 입구에 맡기고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페스티벌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뷰민라’는 이른바 ‘쓰레기 없는 페스티벌’을 표방한다.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은 반입 금지다.
‘뷰민라’는 노리플라이 등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환경캠페인 ‘어스(eARTh)’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분리수거를 권장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아름다운 가게’와 협력해 캠페인을 이어나가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쓰레기를 분리 배출 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녹색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들이 이를 거들고 있었다. 행사장 안 곳곳에도 녹색 천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승희 아름다운 가게 대외협력본부 캠페인파트 간사는 “다른 페스티벌을 다 아르바이트를 쓰지만 이 페스티벌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져 있다며, 매년 빼놓지 않고 일부러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날 자원봉사자로는 한국 영상대 이벤트연출학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해당 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혜민(21여)씨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학년 학생들과 함께 자원했다며 공연도 보고 좋은 일도 할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긴 줄을 기다려 들어가자 메인 무대인 ‘민트 브리지 스테이지(Mint Bridge Stage)’가 보이고 주변으로는 녹색 잔디가 광활하게 펼쳐졌다. 이미 잔디 위로는 발 빠른 관객들이 알록달록 돗자리를 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모차 안에서 낮잠을 청한 아기부터 흰 꽃무늬 원피스로 멋을 내고 친구와 연인과 함께 온 젊은 언니들, 반팔 반바지로 조금 더운 봄을 앞선 삼촌들까지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형형색색 돗자리 위에는 집에서 싸온 음식들이 봄 소풍 분위기를 더욱 자아냈다. 샐러드, 김밥, 샌드위치, 과일에 조각 케익까지 음악과 함께 푸른 녹음이 더해지니 풀 코스 진수성찬이다.
오후 12시 40분 빌리어코스티가 첫 무대로 페스티벌 시작을 알렸다. 기타소리가 시작을 알리고 곧이어 감미로운 어쿠스틱 공연이 이어졌다. 가운데 스탠딩 무대로 사람들이 몰렸다.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한 손은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노래 소리와 더불어 낮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싸온 도시락을 열어 본격적으로 피크닉에 돌입하는 사람까지 저 마다 다른 방식으로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 유희정(20여)씨는 “몰랐던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볼 수 있다는 게 ‘뷰민라’의 최대 장점이라며 특히 쉽게 질리지 않는 인디 음악으로 꾸려져 있어서 더 좋다”며 “빌리어코스티 노래는 한번도 안 들어 봤는데 여기 와서 새로 팬이 됐다”고 말했다.
오후 5시께는 로이킴이, 그 다음 무대는 제이레빗이 이어나갔다. 로이킴은 사과 맥주를 마시면서 음주 무대를 선보였다. “팬 분들 잘 계셨나요? 보고 싶었어요. 팬 아닌 분들도 계시겠지만 곧 될 거니까”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제이레빗은 1년 만에 서는 무대였다. 마지막 앵콜 곡을 앞두고 관객과 제이레빗은 한 마음이었다. “왜 이 노래를 안 하나 했을 거예요. 여러분들이 다 아는 노래입니다. 음 맞춰 볼까요 ‘요요요요요’” 스탠딩 석에 서있는 관객들뿐 아니라 피크닉석의 관객들도 ‘요즘 너 말야’를 다 함께 불렀다. 올림픽 공원 잔디 공원에 떼창이 울려퍼졌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샛길 너머에 있는 ‘카페 블로썸 하우스(Cafe Blossom House)’ 무대에서는 롱디가 스탠딩 석의 관중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카페 블로썸 하우스는 신생 아티스트나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공간이다. “자 후렴구 같이 연습할거예요. ‘우리 오래 가자’” 대다수 사람들은 처음 들었을 노래지만 노래가 시작되자 모두가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신생 아티스트들에게도 이곳은 장벽 없이 관객들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었다. 대학생 이예원(20여)씨는 롱디의 무대에 “정말 핫(Hot)했다”고 짧고 굵은 소감을 전했다.
바로 옆 88호수 수변 무대에서는 안녕하신가영의 목소리가 원형 관중석을 에워 쌓다. “‘뷰민라’는 진짜 돗자리 깔고 편하게 듣는 건데 제가 너무 완벽한 무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중간에 가사 틀리는 이벤트를 해봤는데 괜찮나요?” 중간에 가사를 틀렸지만 관중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수변무대의 분위기는 해가 지자 더 무르익었다. 오후 8시께 옥상달빛의 무대와 300여 명의 관객이 가득 둘러싼 무대는 아늑함을 넘어 편안함을 자아냈다. “이렇게 관객들이 가까이 다가와 계신게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이상하게 편안하네요 오늘은.”
오후 10시가 가까워 오는 시각, 메인 무대에는 이날의 헤드라이너 브로콜리너마저의 무대가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여대생 4명이 잔디밭을 맨발로 밟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곡을 끝으로 15일 첫째 날의 행사는 끝을 지었다. 돗자리를 정리해 나가는 사람들은 바로 출구로 나서지 않았다. 출구 바로 옆 쓰레기 분리배출 천막에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 쓰레기를 버렸다. 시작부터 끝까지 성숙한 시민들의 협조가 더욱 빛나는 페스티벌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 참석인 김명필(28)씨와 여자친구 김혜민(26여)씨는 “소풍 나오는 셈 치고 도시락을 싸오니까 번거롭다기 보다는 더 좋은 것 같다”며 “이런 취지도 좋은 것 같고 누워서 쉴 수도 있는 페스티벌이라 더 좋다”고 말했다. “다른 페스티벌은 안 가봤는데 평소 인디 음악을 즐겨 들어서 이 맘 때쯤 꼭 오게 된다”며 “다른 페스티벌처럼 계속 집중해서 보는 것보다 앉아서 쉴 수도 있고 덜 피곤해서 좋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도 또 올 거다. 다음에는 중앙에 꼭 자리를 잡겠다”는 의지도 함께 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