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최저임금 9000~1만원 인상을 총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대체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의무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지급 능력과 고용상황은 더 열악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노동계의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으로 노동개혁마저 지지부진해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최대 9000~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표퓰리즘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들의 최소한 생계 유지비와 유사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과 물가, 기업 경영 상황 등을 종합적, 합리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시기와 인상액을 미리 못 박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기대심리만 높인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려 중위 소득의 근로자의 생활수준을 높여야 내수가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그때 경제상황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데 사전에 시기와 목표액을 정해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국내 최저임금 인상률 추이를 감안해도 각 정당이 공약한 9000~1만원 인상안은 달성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최저임금 4110원으로 전년(4000원)에 비해 2.75% 낮은 인상률을 보인 뒤 2013년(6.1%)까지 조금씩 인상률이 높아져 왔다. 이어 2014년 7.2%, 지난해 7.1%, 올해(6030원) 8.1%로 7~8%대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런 추이로 볼 때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8~9% 정도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각 정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최저임금액을 달성하려면 인상률이 연간 10%가 넘어야 한다. 새누리당의 경우 2020년까지 9000원으로 올리려면 연 10.5%, 더불어민주당이 같은 기간 1만원으로 올리려면 연 13.4% 가량 인상돼야 한다. 특히 정의당의 2019년까지 1만원 인상 공약은 인상률이 연 18.4%에 달한다. 결국 3~4년 안에 연간 10% 이상의 인상률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명을 요구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최저임금은 전체 사업장의 임금 수준을 견인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합리적인 심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에는 공감하지만 갑자기 연 10% 이상 인상률로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기대심리만 높일 뿐 터무니없는 빈 공약”이라고 말했다.
